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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_ completion/◎키코KIKO의 덫

키코의 덫, 그 끝나지 않은 악몽

키코(KIKO)는 파생상품으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해가 쉽지 않다. 헷지나 레버러지는 파생상품이 작동하는 기본적인 장치다. 말하자면, 게임의 룰과도 같다. 헷지라는 룰은 고객의 자잘한 손실을 보장해줌으로써 미끼 역할을 한다. 반면, 레버러지는 변동폭이 한계를 넘어설 경우 작동한다. 예측이 어렵고 한 번 터지면 대규모의 손익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레버러지는 '잭팟'과 비슷하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이렇다. 금융자본은 게임의 룰을 다루는 도박사이고, 이들은 얼치기 중소기업을 꼬여 도박판을 벌인다. 결과는 어땠을까.


금융지식이나 정보, 국제적 경제 흐름을 보는 눈에서 은행과 중소기업이 평등하고 동등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제조나 생산에 치중하고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에 금융분야를 전담할 만한 인력은 없다. 이곳 대표들 역시 그저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자기 역할에만 충실한 것을 미덕으로 삼고 살아 온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이들이 파생상품의 마케팅에 가려진 잠재적 위험을 알아차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키코 사태의 책임을 이들 중소기업에게만 지우는 것은 정당할까? 이 기사는 이러한 물음을 던지기 위한 것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큰 화두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를 정책 기조로 삼을 정도였다. 당시 팽배했던 경제위기론은 여전하지만, 위기론은 시간을 더할수록 좀더 구체성을 띠고 있다. 대선 당시, 경제위기론은 경제민주화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배경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말기에 접어드는 현재, 경제위기론은 노동유연화 등과 같은 규제완화의 명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기사는 2011년 말에 작성된 것이다. 현재까지 키코사태가 어떻게 정리됐는지 후속 취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은 '금융자본주의'라는 숫자놀음이 지닌 가공할 위험성을 처음으로 들여다본 계기였다. 화산과 지진 등, 지표면의 다양한 현상이 지각운동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수렴되는 것처럼, 우리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은 경제구조의 기저에 작용하는 금융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힘에서 연유하기도 한다. 국민주권에 기반한 정권조차도 맨틀 위에 흔들리는 섬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키코KIKO_PROJECT_ completion_20120201_0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