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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_note

인천 모 구청의 간부 공무원 변사 사건

인천지방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인천 모 구청의 A과장이 2016년 5월 15일 오후 7시 36분께 주거지 주변의 도로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A과장은 자신의 승용차에서 번개탄과 함께 발견됐다.

 

사건이 있기 전, A과장은 비리 혐의로 인천지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인천지청은 인천 모 구청이 발주한 각종 공사 등, 계약 과정의 비리 여부를 놓고 내사를 하던 중이었다. 인천지청은 조사 과정에서 어떠한 가혹행위도 없었다며 계속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지가 인천지청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 보기 위해 지능범죄수사대에 문의했지만 내사가 '수의계약'과 관련이 있다는 것 외에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일부 보도된 바에 따르면, A과장의 승용차에서는 번개탄 두 장과 유서가 발견됐던 것으로 보인다. 유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가족에게 남기는 것이었고 그 내용에는 억울한 심정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인천 모 구청의 구청장에게 자신의 가족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외에 확인되는 추가적인 정보가 있다. A과장은 성이 이씨이며 56세다. 그가 최근 배를 샀고, 친척이 인천 예단포항에서 횟집을 운영한다는 아주 구체적인 내용도 보인다. 그가 구청의 과장 직책을 맡고 있다는 것은 5급 사무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A과장의 차량은 영종도(인천 중구 관할)의 한 도로에서 발견됐고, 차종은 산타페다.

 

경찰이 내사하던 '수의계약'은 지역의 모 광고업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보도에서는 A과장이 이 업체에 7,500만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주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사망하기 전, 자살을 암시하는 휴대폰 메시지를 아내에게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가족이 동원돼 A씨를 찾았고 조카에 의해 발견됐다.

 

위 내용은 인천지청의 자료와 언론에 보도된 것으로, 사건의 표면을 훑고 있다. 이러한 정보에서 사실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모 구청의 한 간부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사망했다'는 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이 사건을 자살로 규정할 수 있을까? A과장의 변사체가 그의 승용차에서 번개탄과 함께 발견되었다고 해서 '자살'로 확정할 수는 없다.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 개연성이 크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그렇지만 개연성이 적다고 해서 진실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작은 사실 하나가 사건 전체의 맥락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검 등 정밀한 조사를 통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 부분은 공백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의문점은, 왜 그는 구청장에게 자신의 가족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을까다. 그는 구청장이 그렇게 해 줄 것이라고 확신했을까? 상식적으로 고인의 유지란 공고한 신뢰관계를 전제한다. 그것도 가족과 관련된 유지라면 더더욱 그럴 수박에 없다. 구청의 한 간부와 선출직 구청장 사이가 그 만큼 돈독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좋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자치단체장의 조직장악력이란 선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한시적인 것이다. 대통령조차도 임기 말에는 레임덕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고, 공무원은 '줄대기'에 의해 드라마틱한 부침을 겪는다. 그래서 누군가의 '라인'에 선다는 것은 모험이다. 자신의 라인을 잡고 있는 구청장의 임기 안에 최대한 기회를 얻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앞과 뒤, 물과 불을 가리지 않는 충성심으로 발현된다.

 

정치인으로 행세하는 것은 돈이 참 많이 드는 일이다. 당 내의 최고위원 선거에 수억원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뿐이겠는가. 얽히고설킨 관계를 섭섭하지 않게 챙겨야 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런 일에 자기 돈 쓰는 건 아까워하는 게 인지상정일지 모르겠다. 선거에 수억원을 쓴다고 당선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정권을 잡고 나서 남의 입에 밀어 넣는 돈은 마냥 아깝기 마련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비자금이나 횡령이 아닐까 싶다.

 

선출직 구청장과 구청의 간부를 공고한 신뢰관계로 묶어주는 힘이란 바로 이런 데서 비롯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밀을 간직한 사이란 얼마나 든든한가. 일단 공동정범이 되어 함께 발을 담그는 순간, 서로는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협력하는 뜨거운 동지애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상상이 너무 경망스럽게 치닫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많은 죽음이 음험한 사연을 뒤로 숨기고 있다. 그러니 한 사람의 죽음에 예사롭지 않은 비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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