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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 STORY

악마의 미소: 노르웨이 백색테러 두 번째

2012년 8월 24일 오슬로지방법원은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에 대해 최대 징역 21년형을 선고했다. 사형제와 종신형을 폐지한 노르웨이에서 이 형량은 최고형에 해당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브레이빅은 법원의 판결에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물론, 그의 이상한 행동은 이것만은 아니었다. 브레이빅은 체포된 후 변호인을 통해 '성당기사단'의 제복을 입고 법원에서 진술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또, 이를 만인이 알 수 있게 공개적으로 진행해 달라고도 했었다. 

 

변호인은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변호했다. 브레이빅을 면담한 정신과 의사들 역시 그가 '망상성 정신분열증'을 갖고 있다는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 또한 이를 토대로 그의 정신상태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노르웨이 법의학위원회는 그가 오랜 기간 동안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는 점을 들어 정신병자일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이번 판결 역시 그가 온전한 정신으로 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고형을 선고한 판결은 브레이빅이 원했던 바이기도 하다. 자신의 테러가 한낱 '미친 짓'으로 치부되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그에게 테러는 무슬림으로부터 유럽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고, 이를 위해 그는 성당기사단을 자처해 "잔혹하지만 필요한" 행동을 했을 뿐이었으니까.

 

노르웨이 최고 명문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성공적인 젊은 사업가로 자리를 잡아가던 그에게 무엇이 그토록 절박했던 것일까? 그는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거사(?)를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범행을 위해 무려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준비할 정도로 모든 것이 주도면밀했다. 도대체 그가 지키고자 했던 유럽의 정통성이란 무엇인가?

 

브레이빅은 '2083: 유럽 독립선언(2083: A European Declaration of Independencs)'이라는 1,518페이지짜리 문서에서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또는 Cultural Marxism)로 인해 무슬림으로부터 유럽의 정통성이 훼손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에 맞서 정통 유럽의 단일성(Unity)과 단일문화주의(Monoculturalism), 남성 중심 사회(Patriarchy), 유럽순혈주의(European Isolationism)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선언문에는 눈길을 끌만한 사진 몇 컷이 첨부돼 있다. 그 사진에서 브레이빅은 장교제복을 입고 있거나 잠수복 차림으로 저격용 소청을 겨누고 있다. 또, 푸른 색의 띠로 장식된 옷과 프리메이슨을 상징하는 앞치마를 한 사진도 눈에 띈다.


프리메이슨과 성당기사단 제복, 잠수복을 입은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좌측부터) 프리메이슨 복장, 성당기사단 제복, 잠수복과 소총. 잠수복 어깨에는 맑스주의자 사냥꾼(Marxist Hunter)이란 표시가 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보수적 기독교로, 또 민족주의자로 주장하기도 했다. 범행 직후 언론은 국제적 테로조직이나 신나치주의 등과 같은 극우단체와의 연관성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적으로 혼자 범행을 계획해왔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도대체 기독교적 보수주의, 민족주의, 성당기사단... 이것이 프리메이슨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 관련 이야기: "유럽의 백색테러,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http://kangcd.tistory.com/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