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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PTICAL activity

[음모론]2012 영국 올림픽과 테러 예보(I)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음모론 커뮤니티에는 테러를 예보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 글에는 런던 올림픽에서 테러가 발생해 많은 사상자가 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예보의 근거가 된 것은 보드게임의 일종인 「일루미나티 카드」와 록펠러 재단에서 발간한 「기술의 미래와 국제 개발에 대한 시나리오」(Scenarios for the Future of Technology and International Development)'[각주:1]라는 보고서였다. 그리고 대중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내비치는 ‘암시’와 ‘상징’도 주장의 근거가 되었다. 이렇게 음모론자[각주:2]들은 TV나 영화 등에서 의심스러운 장면을 찾아내 런던 올림픽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일루미나티 카드 게임

테러 예보의 근거가 된 일루미나티 게임[각주:3]은 1982년에 출시돼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 덕에 미국 게임산업계에서 수여하는 ‘Origins Award’의 ‘SF 보드게임’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이 게임은 음모론 소설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삼부작 소설 『일루미나투스』(Illuminatus, 1975년 작)[각주:4]를 모티브로 제작 되었다. 게임은 카드에 실린 여러 가지 전략(또는 음모)를 활용해 세계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에는 테러와 폭력, 여론조작, 자연재해 조장 등과 같은 비밀스러운 공작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들 카드 가운데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 ‘일루미나티 음모-테러리스트 핵공격(Terrorist Nuke)’이란 제목의 카드에는 두 개의 건물이 파괴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카드 하단에는 “이 카드는 ‘+10파워’를 얻거나 통제하고자 하는 폭도에 대한 저항을 위해 언제든지 사용하라”는 코멘트가 적혀있다. 같은 모습을 한 두 개의 건물은 WTC 쌍둥이 빌딩을 연상케 한다. 또, ‘펜타곤(Pentagon)’이라는 제목의 카드에는 미 국방성이 불타는 장면이 있다. 언뜻 보아도 이 장면은 9·11테러를 떠올리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카드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광우병 파동 등이 연상되는 장면도 있다(그림1). 이쯤 되면 이 카드 게임이 뭔가 범상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림1. 일루미나티 카드그림1. 일루미나티 카드. 카드에는 테러와 전쟁, 자연재해 등 다양한 비밀공작이 실려 있다.

이번에는 ‘가중된 재난(Combined Disasters)’이라는 제목의 카드를 보자(그림2). 시계탑으로 보이는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사람들이 도망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사람들이 입은 옷의 색깔은 흰색과 검은색,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붉은색이다. 음모론자들은 이들 옷의 색깔이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를, 무너지는 시계탑은 영국 국회의사당에 있는 빅벤(Big Ben)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위에 '테러리스트 핵공격'이라는 제목의 카드가 9.11테러를 예보한 것이라면, '가중된 제난'은 2012년 영국 올림픽 테러를 암시한다는 게 음모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림2. 2012년 런던 올림픽 테러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 카드그림2. 2012년 런던 올림픽 테러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 카드.


록펠러 재단의 미래 보고서

록펠러 재단의 보고서는 이러한 해석에 또 다른 힘을 실어주었다. '기술의 미래와 국제 개발에 대한 시나리오’는 미래에 발생 가능한 여러 상황을 가상하고, 그런 상황이 어떻게 기술의 진화를 이끌 것인지 등을 전망한 것이다. 그런데 눈여겨볼 부분은 보고서의 34페이지에 있는 "HACK ATTACK"이라는 챕터다. 여기에는 미래의 모습을 매우 암울하게 그리고 있는데,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종말의 10년'(doom decade)이라고 일컬어지는 대규모 재난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고 돼 있다. 이들 재난 가운데 2012년 올림픽에서의 폭발사고가 언급됐다. 이 사고로 인해 인명피해가 무려 1만3천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지진으로 4만 명이 죽는가 하면, 쓰나미가 니카라과를 휩쓸고 기후변화 때문에 천년에 한 번 있을 정도의 가뭄이 발생해 중국 서부는 기아에 허덕일 것이라고 했다.[각주:5]

음모론에서 록펠러(Rockefeller) 가문은 로스차일드(Rothschild) 가문과 더불어 대표적인 흑막세력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엄청난 재력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세력으로 종종 거론된다. 음모론자들은 록펠러 재단에서 발간한 이 보고서가 단순한 가상적 시나리오가 아니며 여기에는 그들이 계획한 음모가 암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가 2012년 올림픽에서의 대형 재난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음모론자들은 런던 올림픽 테러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게 되었다. 

국가와 국가 간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첩보전에서 스파이와 정보기관이 매우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코드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음모세력도 비밀스러운 코드를 통해 자신들끼리 메시지를 공유하거나 방대한 하부조직에 은밀한 지시를 하달한다. 음모론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사용하는 코드는 상징적인 도상, 수비학적 숫자 코드 등이 있다. 이러한 코드는 일정한 규칙을 갖고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인용됨으로써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조직에 전파된다. 심지어는 논문과 보고서도 이를 목적으로 작성된다는 주장이 있다. 


대중매체와 예보프로그램

그래서 음모론자들은 수시로 대중매체를 관찰하며 저들의 은밀한 메시지를 찾아내려 안간힘을 쓴다. 뿐만 아니라, TV나 영화 등 대중매체는 예보프로그램(predictive programming)[각주:6]에 활용될 수 있다고 음모론자들은 주장한다. 예보프로그램이란 미래에 계획된 사건을 대중매체를 통해 미리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그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일종의 마인드컨트롤(Mind-Control) 전략이다.

음모론자들은 모바일이 대중화된 것 역시 예보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상 모바일은 개인정보를 비롯해 많은 사생활을 노출시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은 당연히 거부감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은 모바일이 출시된 이래 별 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예보프로그램에 의해 마인드콘트롤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음모론자들의 주장이다. 예보프로그램의 비근한 예로 SF(Science Fiction)가 거론된다. 즉, 예보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된 과학소설과 SF영화를 통해 미래의 기술을 접하게 함으로써 대중이 그것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각주:7]

음모론자들은 또, 모의훈련에서도 테러를 예보하는 암시를 발견한다. 영국 7·7테러가 있기 1년여 전인 2004년 5월 16일, BBC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지도 모를 테러를 가정한 모의 훈련을 방송했다. 훈련은 런던 지하철 두 대에 3번의 폭발이 일어났고 자동차 한 대에 1개의 폭발이 일어난 상황을 가정한 것이었다. 음모론자들은 훈련의 가상 상황이 실제 7·7테러 상황과 매우 흡사했다는 점을 들어 이 방송이 음모세력이 만든 예보 프로그램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각주:8]

음로론자들은 런던 올림픽 테러 역시 대중매체 속에서 암시돼 왔다고 주장한다. 2008년 8월 BBC가 방영한 「Spooks: Code 9」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기간이다. 이미 핵폭탄으로 초토화된 런던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첩보전이 이 드라마의 줄거리다.[각주:9] '일루미나티 카드'와 록펠러 재단의 보고서에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의 재난 상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Spooks: Code 9」은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음모론자들에게 「Spooks: Code 9」은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드라마에 일루니나티 상징이 등장한다는 점이 그렇다. 미국의 1달러짜리 지폐 뒷면 좌측에는 피라미드 도상이 있다. 그리고 피라미드의 상부에는 외눈이 그려져 있다. 이 눈은 전시안(all seeing eye)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으로 대표적인 일루미나티 상징으로 지목되고 있다. 음모론자들은  「Spooks: Code 9」에서 전시안을 의미하는 도상을 찾아 음모세력이 드라마를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Spooks: Code 9」의 제작사인 쿠도스(kudos)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한쪽 눈 사진도 전시안 사징이라며 드라마에 대한 의심을 키웠다.(그림3)

그림3. 미국의 1달러 지폐 뒷면과 스푹스: 코드9에 등장하는 전시안그림3. 미국의 1달러 지폐 뒷면. 음모론자들에게 피라미드와 외눈은 프리메이슨 또는 일루미나티의 심볼로 여겨진다. 「스푹스: 코드9」의 제작사 쿠도스의 홈페이지(아랫 줄 왼쪽에서 첫 번째)와 드라마에 등장한 외눈.

숫자에 예민한 음모론자들은 드라마의 제목인‘코드9’의 숫자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숫자 9가 일루미나티가 즐겨 쓰는 수라고 주장하며 왜 하필 숫자 9가 코드명으로 사용되었는지 반문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9.11테러가 9월에 발생한 것 역시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수상한 숫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극중 주인공이 살인자를 찾기 위해 5시간 30분을 요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음모론자들은 여기에도 수비학적인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5시간 30분을 분으로 환산하면 330분이고, 이는 ‘프리메이슨 33도’[각주:10]를 참조하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테러에 대한 실질적인 경고도 있었다. 영국 온라인 뉴스매체인 <Mail Online>은 2010년 3월 31일자에 「올림픽 아마켓돈」(Olympics Armageddon)이라는 제목으로 런던 테러의 가능성에 대해 분석했다. 기사에서는 알카에다의 런던 공격 가능성을 작품에서 다루었던 톰 케인(Tom Cain)이라는 스릴러 작가가 인용되었고, 이에 대해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는 로드 웨스트(Lord West) 안전부 장관의 말이 인용됐다.[각주:11]

음모론자들은 이 기사에서도 의심스러운 부분을 발견했다. 음모론자들의 의심을 산 부분은 톰 케인이라는 필명이었다. 톰 케인의 실명은 데이비드 토마스(David Thomas)이고 사뮤엘 카버(Samuel Carver)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스릴러 연작소설을 발표해왔다고 한다.[각주:12] 음모론자들에 따르면, 영어이름 케인(Cain)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의 아들 ‘가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음모론자인 데이비드 아이크(David Icke)는 일루미나티 비밀 네트워크 가운데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은 자신을 가인의 후손이라 주장해 왔다고 한다. 음모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톰 케인 역시 일루미나티 즉, 음모세력의 일원일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외에도 런던 올림픽 테러에 대한 예보프로그램이나 암시로 의심 받은 것들은 많다. 2012년 대재앙으로 문명이 몰락한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2012」(2009)를 비롯해 영국의 사설탐정 잡지 『private eye』의 2011년 8월호 표지, 영화 「v for vendetta」(2006년) 등이 있다. 특히, 음모론자들은 영화에서 원작과는 달리 표현된 부분이나 이야기의 맥락과 맞지 않는 부분에서 의심스러운 장면을 찾아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삽입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관련 이야기: 2012 영국 올림픽과 테러 예보(II)
http://kangcd.tistory.com/32


  1. 이 보고서는 2010년 5월에 발간된 것이다. 보고서의 성격은 9페이지 "WHY SCENARIOS?"라는 항목에 다음과 같이 설명돼 있다. "Scenario planning is a methodology designed to help guide groups and individuals through exactly this creative process. The process begins by identifying forces of change in the world, then combining those forces in different ways to create a set of diverse stories ? or scenarios ? about how the future could evolve. Scenarios are designed to stretch our thinking about both the opportunities and obstacles that the future might hold; they explore, through narrative, events and dynamics that might alter, inhibit, or enhance current trends, often in surprising ways. Together, a set of scenarios captures a range of future possibilities, good and bad, expected and surprising ? but always plausible. Importantly, scenarios are not predictions. Rather, they are thoughtful hypotheses that allow us to imagine, and then to rehearse, different strategies for how to be more prepared for the future ? or more ambitiously, how to help shape better futures ourselves." [본문으로]
  2. 나는 잠정적으로 음모론의 성격을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이야기로 보고 있다. 물론, 음모론 가운데 상식과 맞지 않는 허황된 이야기도 존재한다. 따라서 음모론을 정의하고 세분화는 등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어느 음모론자(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치밀한 분석가일 수도 있는)는 '음모론' 자체가 '음모'를 감추기 위한 생각의 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음모'와 대치될 수 있는 개념으로 '전략'이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음모는 그 주체의 입장에서는 '전략'인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략을 감추기 위한 연막으로 그것을 음모론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모론은 상식적인 사람들에게 허황된 망상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음모론이 허황된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3. 일루미나티 카드게임 참고자료 http://en.wikipedia.org/wiki/Illuminati_(game) [본문으로]
  4. 일루미나투스 삼부작 소설 참고자료 http://en.wikipedia.org/wiki/Illuminatus [본문으로]
  5. 위 보고서의 34페이지에 언급된 내용은 이렇다. "Devastating shocks like September 11, the Southeast Asian tsunami of 2004, and the 2010 Haiti earthquake had certainly primed the world for sudden disasters. But no one was prepared for a world in which large-scale catastrophes would occur with such breathtaking frequency. The years 2010 to 2020 were dubbed the “doom decade” for good reason: the 2012 Olympic bombing, which killed 13,000, was followed closely by an earthquake in Indonesia killing 40,000, a tsunami that almost wiped out Nicaragua, and the onset of the West China Famine, caused by a once-in-a-millennium drought linked to climate change." [본문으로]
  6. 예보프로그램에 대해서는 Phillip Darrell Collins와 Paul David Collins이 쓴 책, 『The Ascendancy of the Scientific Dictatorship-An Examination of Epistemic Autocracy, From the 19th to the 21st Century』를 참고했다. [본문으로]
  7. 위 책 5페이지에는 SF가 예보프로그램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저자는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SF 고전을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가르치는 곳은 미국뿐일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헉슬리의 문학은 예보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지를 펼친다. 하지만 헉슬리의 문학관이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이런 면에서 예보프로그램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대중매체가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정치적으로 활용되는지를 감안한다면 눈여겨 볼 만한 이론이다. [본문으로]
  8. BBC Panorama: London Under Attack 유튜브 동영상: http://youtu.be/x7uIjg9dtoI [본문으로]
  9. 스푹스: 코드9(Spooks: Code 9)에 대한 설명은 위키백과사전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Spooks:_Code_9 [본문으로]
  10.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프리메이슨은 피라미드 형태의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다. 계급은 1도(degree)에서 최상층인 33도까지 나뉘어 있다고 한다. 최상층 계급인 프리메이슨 33도에는 우리나라 유명 종교인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 나돌기도 했다. [본문으로]
  11. Tom Cain, "Olympics Armageddon: How terrorists could send nuclear bomb up the Thames to target London 2012 Games", Mail Online, 2010년 3월 31일.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1262668/Olympic-Armageddon-Top-thriller-writer-imagines-terrorist-attack-London-2012-Games.html [본문으로]
  12. 스릴러 작가 토마스 케인(Thomas Cain)에 대한 설명은 위키백과사전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Tom_Cain_(author)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