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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_note

인천 남구, '자치·분권' 이전에 '법치'부터

인천 남구청(이하 남구)은 일정 기간 동안 특정인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일률적으로 비공개하기로 결정해 행정소송에 피소된 바 있다. 그 결과, 남구는 폐소하였고, 해당 민원인에게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런데 인천 남구청장 박우섭 씨가 지난 8월 10일 인터넷의 한 팟캐스트 방송에 나와 여전히 남구청의 그러한 처분이 정당하다며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는 입장을 고수해 파문이 일고 있다.


팟캐스트 녹취 현장팟캐스트 방송 녹취 현장의 모습. 왼쪽에서부터 이한구 인천시의원, 박우섭 인천남구청장, 강병수 전 인천시의원. (사진출처: 강병수 전 시의원 페이스북 계정)


남구는 2013년 5월 29일부터 2015년 5월 29일까지 2년 동안 행정감시 주민모임인 '주민참여'의 정보공개청구를 비공개했다. 당시, 남구는 이러한 결정의 법적 근거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고, '정보공개심의회'의 의결에 따랐다는 답변을 되풀이 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심의회는 행정처분의 주체가 아닐 뿐만 아니라, 자문기관으로서 의결권을 갖고 있지도 않다.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 구청장 박우섭 씨는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종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민참여'에 대한 처분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들의 정보공개와 민원 청구가 "오히려 공공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라며, 이들에 대한 처분이 "법원의 판결을 받아"서 이루어졌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박우섭 인천남구청장<여성종함뉴스>와 인터뷰하며 정보공개청구권 박탈의 정당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모습.

그러나 그때까지 법원은 남구의 처분에 대해 판결을 내린 바 없다. 하지만 2015년 10월 29일 인천지방법원(제1행정부)은 남구청이 "장래의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에 청구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는 일률적으로 모두 비공개하기로 한다는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다"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남구의 처분에 대해 "정보공개법이 정한 정보공개의 원칙과 권리남용을 규제하려는 법리의 취지에도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행정기관의 처분이란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법령에 근거해야 한다. 남구는 폐소 이후에도 법 근거 없이 이루어진 '주민참여'에 대한 처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결국, 주민참여의 강력한 요구에 굴복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이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번 팟캐스트 방송에서 박우섭 씨가 한 발언으로 남구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해당 방송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위원장에 출마한 박우섭 씨의 출마의 변과 함께 정치적 포부를 들어보는 자리였다. 아래는 문제가 된 부분을 발췌해 글로 옮긴 것이다.


■이한구 인천시의원: (00:35:30) ...청장님께서 사람중심, 토목 보다는 이제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 시민중심, 이런 말씀 하셨는데. 또 사회복지 측면에서 유정복 시장을 비판하시고요. 그런데, 청장을 수행하면서 이 3가지 분야에 뭐 실책이면 실책이고, 관료들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못 얻어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시민들 참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에요, 정보공개죠?  


▣박우섭 인천남구청장: 예.  


■이한구: 우리 행정이 뭐, 하는 일들을 시민들에게 알려야지. 다양하게 참여도 하고 비판도 하고. 최근에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셨죠?  


▣박우섭: 예.  


□강병수 전 인천시의원: 웃음


▣박우섭: (00:36:20) 그런데 이거를 아셔야 해요. 저는 뭐, 개인의 이야기들이 있어서 그런데, 아 너무 그렇게 악의적인, 그래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이런 것들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를, 그거를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예를 들자면, 우리 남구청에 대해서 뭐, 정보공개에 대해서 정보공개를, 저는 정보공개를 하라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우리 공무원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 그러니까, 그 정보공개 요구의 그 의도자체가, 의도자체가 정당하지 않은... 이한구 의원님, 자꾸 그러한 것들을 옹호하려고 한다면 전 그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한구: 뿌리깊은 관료...  


▣박우섭: (00:39:19) 아까 정보공개 건도 다 알고 그러지만, 저는 제가 한 이 조치가 정당했었다고 생각...  


□강병수: (00:39:27) 제가 그거 한 말씀 드리면, 정보공개에 관한 건은 저희가 시의원 할 때부터 논쟁이 되었던 문제인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주체의 의도성에 문제가 있다. 물론, 절차상에 있어서 법적으로 되어 있으니까 공개해야 할 것을 안 하신 것은 있는데,  제가 봐서는 그 사람도, 제가 그 사람을 만났어요, 만났는데.  의도가 시민들 전체의 알 권리를 신장하고, 그래서 변화를 주고 건강한 시민 하려고 하기 보다는... 조금, 좀 상처를 줄려고 하는, 특정한 개인 특히, 구청장님에 대한 상처를 줄려고 하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더라. 결과적으로 패소했으니까 청장님 잘못이지만, 그 의도나 그런 것들도 충분히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인천 남구의 민원 막아내기 '혼연일체'


사실상 인천시의원 이한구 씨는 질문을 던지며 '실책' 또는 '관료' 등의 전제를 깔면서 박 씨가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우섭 씨는 '주민참여'에 대한 처분이, 관료조직의 한계나 실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것이었다고 강하게 받아쳤다. 그리고 정보공개청구의 의도성을 운운하며 문제의 책임을 또 다시 민원인에게 돌렸다. 게다가 질문을 한 이한구 씨에게 "(주민참여의 활동을) 옹호하려고 한다면 그것도 문제"라며 반감을 표시하기까지 했다.


박 씨의 이러한 발언은 그간 이 문제에 대해 남구 공무원들이 보여준 행태와 다르지 않다. 이를 미루어 짐작컨데 '주민참여'에 대한 탄압이 박우섭 씨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박 씨의 주장에 전 인천시의원 강병수 씨는 맞장구를 치며 역시 정보공개 청구인의 의도성을 문제 삼았다. '주민참여'는 방송이 나간 이후 그 '의도성'에 대해 근거를 제시해달라며 강병수 씨와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인 것으로 전해진다. 참고로, 인천 남구는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하면서 '청구인의 의도성'을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 


행정감시에 맞선 비선 조직 의혹▲ 2013년 5월 31일, 전 직원 회람용으로 작성된 인천 남구청 내부 문서. 문서에는 “특정인 등(주민참여) 관련 정보공개청구는 의결사항에 따라 비공개통지 하시고 또한, 불편사항은 민원방 녹취 등 방법으로 지속 운영됨을"이라는 내용이 공지돼 있다. 행정감시에 맞서 인천남구에 비선 조직이 운영됐음을 짐작케 하는 자료다. (자료제공: NPO 주민참여)



모든 국민은 정보공개 청구의 권리를 가진다, 심지어 외국인 재소자조차.


박우섭 씨는 여러 매체를 통해 밝힌 정치적 포부에서 '지방의 반란'을 부르짖으며 '자치'와 '분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법치를 무시하면서 진정한 자치와 분권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또, 박 씨의 주장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슈에 편승한 것으로 보여 참신성이 떨어져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헌법은 우리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국민은 주권자로서 국가의 미래나 운영과 관련된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우리는 '알 권리'라고 한다. 1996년 11월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었고 국민의 '알 권리'는 구체적인 제도로 자리 잡아왔다. 그리고「정보공개법」은 제5조1항을 통해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다. 인천 남구와 구청장 박우섭 씨는 바로 이러한 권리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2년간 박탈했으며 이에 대해 정당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을 일컬어 우리는 '독재'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