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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_note

신은 죽었다

2015년 5월, 한 30대 가장이 담낭 결석 제거 시술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십이지장에 생긴 천공과 내장 염증 때문이었다. 결국, 가족은 그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다. 의료사고가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병원 측은 책임을 모면하려고만 했고, 결국 그의 아내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했다. 이 사고로 세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인 그가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했고, 치료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이 가족의 소식이 궁금합니다).


2015년 3월 20일경, 인천의 한 병원에서 가짜환자를 유치해 의료보험을 부당하게 청구한 문제가 불거졌다. 3개월 뒤인 6월 22일, 인천의 한 경찰서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모 병원장 등 의사 14명과 팀장급 간부를 포함, 직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언론 등의 발표에 따르면 가짜환자의 규모는 대략 3천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직원가족에 대한 진료비감면 등 환자유인 행위’만 의료법위반이 인정되었고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2015년 4월 13일, 위 병원과 같은 기관의 관할 하에 있는 또 다른 병원의 한 간호사가 출근길에 실신하는 일이 있었다. 그를 실신케 한 원인은 ‘집단 따돌림’이었다. 집단 따돌림은 위 병원에서 발생한 가짜환자 문제와 관련이 있다. 당시 이 병원 부서장들은 노조 간부였던 그 간호사에게 몰려가 병원의 문제를 언론사에 제보했는지 여부를 추궁했다. 이들의 언어폭력과 집단괴롭힘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훗날 노조 간부는 이 병원에서 해고됐다.


보건의료노조는 노조 간부에 대한 집단 따돌림과 부당 해고에 항의하며 병원을 관할하는 기관에서 여러 차례 기자회견과 노숙 농성을 이어갔다. 심지어 부당 해고를 당한 노조 간부는 단식까지 하며 최고책임자를 만나고자 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5년 9월 7일, 보건의료노조는 그 기관의 최상위 기관에 이를 공론화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노력에도 인천의 그 기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문제를 제기한 이들 몇몇은 병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2017년 7월 19일, 서구 석남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2살짜리 아이가 장남감을 삼켜 기도가 막히는 사고가 있었다. 구급대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문제의 그 병원(사고 지역에서 4.1km 거리)에 환자 이송을 문의했다. 그러나 병원은 처치가 어려우니 다른 병원으로 가 달라고 응답, 구급대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병원(사고 지역에서 11.8km 거리)으로 아이를 옮겼다. 그러나 아이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20여 일만에 숨을 거두었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이 치료를 거부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위에 열거한 문제가 있었던 병원은 인천 서구에 있는 관동대학교국제성모병원이다. 노조 간부에 대한 집단 따돌림과 탄압이 있었던 곳은 인천성모병원이다. 이 두 병원을 관할하는 기관은 다름 아닌 천주교인천교구다. 그리고 이 곳,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에서 각각 부원장과 행정부원장을 같은 사람이 맡고 있었다. 그의 신분은 신부이고 이름은 박문서다.


최근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던 그 시간에 박문서는 돈 버는 일에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를 비롯해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이렇다.


신부 박문서는 국제성모병원이 정식으로 개원(2014년 2월 17일)하기도 전인 2013년 7월 지주회사인 (주)엠에스피를 설립했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짐작했겠지만 회사 이름 ‘엠에스피’는 박문서의 영문 두음자와 일치한다. 그리고 그해 9월에는 엠에스피라는 문구가 들어간 자회사 네 개를 만들었다. 현재 이들 회사 몇몇은 이름을 바꾸었고, 자회사는 더 늘었다. 일부 자회사의 지분을 보면 (주)엠에스피와 박문서 개인 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이들 회사의 설립에 병원 직원 명의가 이용됐을 것이란 의혹도 있다. 이 회사들은 종합병원 운영에 필요한 각종 용역, 말하자면 수납, 콜센터, 보안, 미화, 의료정보시스템 등의 용역을 수주받아 운영했다. 부당한 내부거래로 병원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박문서는 한 제약회사와 공동의 임상연구 계약을 체결하는 댓가로 주식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 제약회사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이다. 박은 이 제약회사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유상증자자로 박이 주주명부에 올랐지만, 그의 이름으로 제약회사에 입금된 내역은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게 사실이라면 박의 주식은 리베이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주 명부에 이름이 오른 사람 중에는 박문서 이외에도 가톨릭관동대 연구부총장과 국제성모병원 바이오융합연구원장을 겸직하는 황기철이 있다. 이에 대해 황은 과거 자신에게 신세를 졌던 이가 대신 투자해주었다고 주장한다.


박문서와 황기철은 임대 사기로 의심되는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2017년 5월 모 업체는 국제성모병원 옆에 있는 엠피티몰의 임대계약을 엠에스피생명과학과 체결했다. 엠에스피생명과학의 소유자는 박문서다. 임대 수수료는 매출의 20%,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7억 원 규모라고 한다. 임차 업체의 주장에 따르면, 당초 엠에스피생명과학이 요구한 임대 수수료율은 매출의 30%였다. 그런데 황은 이를 20%로 낮추고 10%는 자기에게 달라며 자신의 지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는 것.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임차 업체는 계약을 근거로 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려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임대권자는 엠에스피였고, 이 곳과 엠에스생명과학과의 관계 증명이 필요했다. 임차 업체는 필요한 서류를 엠에스피생명과학에 요청했지만 제공 받지 못했다고 한다. 엠에스생명과학과은 페이퍼 컴퍼니일 것으로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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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가톨릭의료원의 이념이라는 걸 적어 놓은 웹페이지 한 구절을 인용해보자.


“인천가톨릭의료원의 이념은 인류 구원을 위해 치유자로서 오신 예수님의 사랑을 최고의 의술과 지성을 통해 이 땅에 현존케 하는데 있다.”


기가 막힌다. 박문서 신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당신은 신을 두려워하는가, 당신이 추구하는 의료에 예수의 사랑이니 치유니, 지성이라 할 만한 것이 있는가? 그리고 사제의 신분으로 그 많은 돈과 재산이 왜 필요했는가? 

일련의 보도를 보며 니체의 통찰에 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신은 죽었다. 이 말은 신성이 사라진 시대에 대한 선고다. 살아서 역사하던 신을 죽인 이들은 놀랍게도 다름 아닌 성직자들이었다.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바로 이것이 저들이 신의 가슴에 꽂은 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