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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_ongoing/◎CIA와 미디어

CIA & Media: [1편] 총기난사 사건과 제임스 트레이시


비밀 결사체 프리메이슨이 세운 나라이자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금융 세력이 화폐의 독점 발행권을 갖고 있는 나라. 전쟁을 통해 키운 막대한 부와 힘으로 국가의 의사결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산복합체가 있는 나라. 막강한 경제 및 군사력으로 세계의 경찰을 자처할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정치와 경제에 개입하며 팍스 아메리카를 실현한 나라. 전 세계가 즐기는 드라마와 영화, 예술의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이면서 세계의 눈과 입이라고 할 만큼  강력한 미디어 영향력을 가진 나라. 


그러나 그만큼 꼭꼭 감춘 것이 많은 나라, 미국. 미국은 그야말로 음모陰謀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제임스 트레이시(James Frederick Tracy)[각주:1]는 2002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종신 교수였다. 그러나 2016년 1월, 그는 대학에서 해고됐다. 그리고 그의 해고는 미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숭고한 권리로, ‘미국 수정 헌법 제1조’(The First Amendment)에 의해 보장받고 있으며, 매우 넓은 범위에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양심에 따른 떳떳한 발언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용인될 수 있는 게 미국 사회다. 그런 미국에서 종신 교수를 해임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은 무엇이었을까?


2012년 12월 14일 오전 9시 35분,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Sandy Hook Elementary School)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건의 전말을 옮기면 이렇다.


첫 수업이 막 시작되던 순간 수발의 총성이 울렸다. 얼굴에 마스크를 하고 방탄복을 착용한 괴한이 유치원 교실에 난입했고, 총격을 가해 다섯 살에서 열 살 정도의 어린이 스무 명과 교직원 여섯 명이 사망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무렵, 괴한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괴한은 스무 살의 애덤 랜자(Adam Lanza)라는 청년으로 밝혀졌다. 샌디훅 초등학교는 애덤의 모교다. 그의 모친 낸시 랜자는 이 학교의 유치원 교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애덤은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낸시는 사건이 벌어지기 바로 전, 자신의 집에서 애덤이 쏜 네 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애덤은 이 학교에 9학년까지 재학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우등생으로 선발될 정도로 성적이 좋은 학생이었다. 하지만 애덤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비롯해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 이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애도성명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백악관 앞에선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며 50여 명의 시민이 시위를 벌이는 등, 총기 규제를 놓고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깊은 비탄에 빠졌었다. 언론과 시민들은 기일이 되면 희생자를 애도해 오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조작된 사건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일부 음모론자들은 이 사건이 총기 규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위장작전(false flag)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임스 역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어떠한 주장에 음모론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신뢰성에 손상이 가게 마련이다. 음모론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충격적인 이벤트가 흑막에 가려진 배후의 음모에 의해 계획적으로 발생한다는 형태를 띤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배후는 자신들의 음모를 가리기 위해 좀 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기도 한다. 갖은 침략을 놓고 성전聖戰이니 평화를 위한 것이니 하며 떠벌이는 전쟁의 명분들은 이러한 음모론에 개연성을 더한다. 


이런 관점에서 음모론은 흔한 낭설浪說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음모론이라 하더라도 나름 탄탄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근거와 면밀한 추론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이다. 말하자면, 그 이론을 이루는 구조에서 그 신뢰성을 가늠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영역에서 조작이 일어날 수 있는 ‘탈-진실’의 시대[각주:2]에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공권력과 언론이 공신력을 잃었다면 진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따라서 모든 것을 의심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의지할 만한 어떠한 권위도 부정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능력인 것이다.


제임스가 해고되기까지,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제기된 의혹[각주:3] 가운데 여섯 살배기 희생자인 노아 포즈너(Noah Pozner)의 사진이 화근이 되었다. 


사건 발생 2년 후인 2014년 12월 16일 파키스탄의 페샤와르(Peshawar)에 위치한 군 부설 학교에 탈레반 요원 6명이 테러를 가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무고한 학생들이었고, 시민들은 아이들의 얼굴을 펼침막에 담아 희생자를 추모하며 테러를 성토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펼침막에 찍힌 희생자 가운데 노아 포즈너의 얼굴이 발견됐다. 그러자 샌디훅 초등학교 희생자에 대한 의혹은 일파만파를 이루었다.


샌디훅 초등학교(좌)와 파키스탄 페샤와르에 위치한 군 부설 학교의 모습샌디훅 초등학교(좌)와 파키스탄 페샤와르에 위치한 군 부설 학교(우)의 모습(사진 출처: 위키백과)


제임스는 유족에게 연락해 노아 포즈너가 실존했는지, 그리고 실제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사망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유족은 이에 격분했고, 언론에 이를 알렸다. 그러자 미국의 방송과 언론은 제임스를 비난하는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제임스는 공동 조사단을 꾸려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재조사하자며 자기를 공격하는 언론에 공개 편지 형식으로 제안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뛰어든 제임스의 행동은 인터넷에서 음모론을 가십거리로 유통하는 여느 음모론자들과는 분명 달랐다. 하지만 제임스의 요구는 이들의 깊은 슬픔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이후 노아의 부모인 레니(Lenny)와 레오나르드(Leonard)는 생전에 노아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출생신고서와 사망신고서 등의 서류를 공개했다.[각주:4] 이제 의혹은 해소되었을까? 안타깝게도 사건의 진위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하다. 샌디훅 초등학교는 사건 발생 1년여 뒤인 2013년 10월 25일 철거됐다. 이로써 사건의 진상을 조사할 단서가 남아 있던 현장마저 사라진 셈이다. 


아마도 노아는 실존했던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샌디훅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도 실제 있었던 일일 수도 있다. 수많은 언론이 이를 알렸고, 희생자의 유족들은 카메라 앞에서 비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통령조차 희생자들의 나이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니, 일말의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굳이 희생자의 실존 여부를 물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커뮤니케이션 학자 제임스 트레이시는 왜, 언론이 전하는 소식을, 스크린 속에서 오열하는 이들을 의심해야 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나는 그가 최근까지 메모리홀 블로그(MHB: memoryholeblog.org)에 연재했던 어떤 글에 우선 주목하고자 한다. 이 글에는 미국의 중앙정보부(CIA)와 주류 언론들의 숨겨진 관계를 드러내는 역사적 사실이 담겨 있다. 과연 제임스의 입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번역 연재를 시작하며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 생각이다.


한 가지 꼭 고백하자면, 나는 대학 입시 이후 별도로 영어를 공부한 적이 없다. 만약 이 작업을 마친다면 나에게 이 연재는 첫 번째 번역이 될 것이다. 한 페이지를 독해하기 위해 수시로 사전을 들여다보거나, 적절한 번역 문을 선택하기 위해 관련된 내용을 찾아 인터넷을 뒤져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연재의 업데이트가 다소 더딜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번역의 오류 등을 꼬집는 건전한 비판은 언제나 환영한다.


  1. 제임스 트레이시는 대학에 재직할 때부터 메모리홀(Memory Hole, http://memoryholeblog.com)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 블로그의 명칭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메모리홀’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그의 근황을 담은 기사로 그에 대한 소개를 대신한다. https://www.upressonline.com/2018/04/james-tracy-lectures-at-fau-for-the-first-time-since-his-firing/ [본문으로]
  2. 탈진실(post-truth)은 2016년에 옥스포드 영어사전이 '올해를 상징하는 단어'로 선정하면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논평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한겨레>의 칼럼 '김재수의 갑을 경제학' 가운데 "탈진실의 시대, 진실은 침몰하는가'와 <슬로우 뉴스>의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를 추천한다. 각각의 링크는 아래와 같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87048.html ▶http://slownews.kr/60025 [본문으로]
  3. 이와 관련해서는 제임스 트레이시 박사가 저자로 참여한 『샌디훅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Nobody Died at Sandy Hook, MOON ROCK BOOKS, 2015)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 책의 부제는 “이것은 총기 규제 명분을 위한 FEMA의 훈련이었다”(It was a FEMA Drill to Promote Gun Control)이다.이 글은 제임스 트레이시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을 것이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음모론을 소개하겠다. [본문으로]
  4. http://sandyhookanalysis.blogspot.com/2017/06/sandy-hook-noah-pozner-death.htm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