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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은 포위된 개인들의 도피처일까?

음모론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은 가운데 전상진 교수의 글은 매우 반가웠다. 무엇보다도 큰 미덕은 여러 인용과 주석을 통해 음모론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연구나 담론과 닿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은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의 논문에 대한 리뷰다. 전체 글은 아래 게시한 '원문링크'를 통해 리뷰아카이브에서 읽을 수 있다.

 

"음모론자들은 대개 편집병자로 취급되기 쉽다. 그러나 편집병자의 망상은 겉보기에 허황돼 보이더라도 상당한 논리적 체계를 갖추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는 편집병자의 주장에는 나름의 근거와 논리적 추론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그는 의혹의 증명에 실패하더라도 의심하기를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의 논리에 우연과 같은 다른 여지가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모론은 방대한 근거와 나름의 논리적인 구성 체계를 가진다. 그렇다면 음모론도 편집병자의 허황된 망상일 뿐일까?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떻게 음모론을 믿지 않을 수 있을까?」(『문학과사회』 104호, 2013년 11월)라는 글에서 “음모론이라는 사회 현상을 개인들의 비정상적 성향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보는 주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 이유로 전 교수는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음모론의 ‘낙인’이 ‘합리적인 의심’이나 적절(적법)한 비판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음모론이라는 ‘취약한 정치 이론’을 믿도록 강요하는 사회적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상 음모론으로 분류되는 것 가운데에는 상당한 근거를 가진 주장도 존재한다. 하지만 때때로 음모론이라는 꼬리표는 건전한 비판과 반대의견을 묵살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된다. 즉각적이고 성실한 해명과 반박이라는 절차를 생략하고 어떠한 주장을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음모론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음모론 자체보다도 이를 부추기고 믿도록 만드는 사회적 요인이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원문 중에서)

 

2016년 2월 9일자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
2016년 2월 9일자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 한국 사회에서 '종북론'은 기득권이 책임이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음모론 가운데 하나다. '종북론'은 건전한 비판과 논의를 위한 공론장을 훼손하고 음모론이 확대 재생산되는 토대가 되고 있다.

 

 

※ 원문 링크: 음모론은 포위된 개인들의 도피처일까?

http://www.bookpot.net/news/articleView.html?idxno=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