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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OM_thoughts

미래의 키워드: 직접성(直接性, immediacy)

이 글은 2009년 12월 28일 『시멘틱웹 시대의 정보플랫폼 UX 디자인』 세미나 ‘Web Trend & UX’ 주제에 대한 발표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이글을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변화가 매우 급진적이라는 것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글의 모티브가 되는 몇몇 개념들은 희미한 것이었지만, 8개월여가 지난 지금 모든 것은 새롭고 여전히 역동적입니다. 어쩌면, 이글이 담고 있는 내용은 찰나적인 풍경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변화의 거센 회오리 속에서 우리를 지탱할 통찰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6년 전 어느날)


시작하며


나는 IT 산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돌아보면 IT 분야의 지속적인 영향 속에서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80년대 중후반부터 대부분의 고등학교에 컴퓨터 학습 시설이 들어서면서 공공교육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컴퓨터교육이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무렵 삼성 SPC1500이라는 모델을 구입하면서 PC를 처음 접하기도 했다.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 나의 일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컴퓨팅 기술들은 정말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IT 산업, 그 가운데 인터넷과 웹 분야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며 이해를 넓힐 수 있었던 계기는 『월간 w.e.b.』의 편집장을 맡게 되면서다. 사실, 그 기간도 기껏해야 2년여 정도의 짧은 세월에 지나지 않아 현업에 있는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식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편집장이라는 직무는 해당 분야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내야 하는 책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직책이다. 그것은 나라는 개인의 사정을 헤아려 덮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몇몇 개념은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갖게 된 웹에 대한 나의 의견이지만,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등을 떠밀려 만들어낸 것이기에 치밀함이나 완성도에 있어서 부족한 면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2009년 12월 28일 코엑스에서 있었던 『시멘틱웹 시대의 정보플랫폼 UX 디자인』 세미나에서 소개한  열쇳말들은 편집부에 2010년의 방향을 제시하는 의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2010년 올 한 해 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글쓰기를 해야 했던 과제이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월간 w.e.b.』 편집장이라는 직무를 떠난 상태이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중요한 관심사이며 또한, 소셜서비스연구모임에서 내가 발표하게 될 ‘인터넷을 통해 발현되고 있는 인간의 사회성’에 대한 주제를 풀어 나가기 위한 시발점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나에게 글쓰기의 동기를 부여해준 소셜서비스연구모임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이제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공유할 필요를 느낀다. 이런 기회를 통해 앞으로 준비할 발표자료가 여러 사람의 생각으로 보태지고 다듬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2009년을 정리하며


2009년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요약하자면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회성(Sociality, 社會性)과 이동성(Mobility, 移動性)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특히 사회성은)는 2009년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웹이라는 미디어의 탄생과 더불어 면면히 이어지면서 발현되고 있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많은 것을 바꾸어놓을 만큼 강력한 변인으로 작용해왔다. 먼저 사회성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1) 사회성

대개, 대인관계가 원만한 성품을 일컬어 사회성이 좋다고 표현한다. 사회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는 성질, 혹은 그런 성격 등을 의미한다. 영어사전에서는 ‘Sociality’를 집단이나 군거를 이루고자 하는 속성을 일컫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2009년을 마무리하면서 그 해의 중요한 특징으로 사회성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사회성이 2009년 웹분야의 특징만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웹의 역사를 푸는 열두 가지 키워드』라는 기획취재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웹은 태생적으로 개방과 참여, 공유를 지향해 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회성은 웹이 생득적으로 갖고 있는 철학인 셈이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웹과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웹2.0이라는 개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웹의 생득적인 사회성과 웹2.0의 그것과는 어떤 차별성이 있는 것일까? 나의 견해를 보태자면, 웹2.0은 웹이 우리의 생활을 형성하고 있는 경제와 정치 등을 포함해 전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이런 점은 기술적인 개념의 웹과는 구분되는 양상이고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특히, 공급자와 사용자의 관계가 복잡한 관계의 문맥 속에서 융해되고 그 경계가 사라진 것은 웹2.0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리고 UCC는 이러한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웹2.0이라는 개념을 두고 2009년의 특징으로 ‘사회성’이라는 개념을 다시 강조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개방적인 소셜미디어가 국내에서도 폭발적으로 이슈를 생산하기 시작했었고, 소셜컴퓨팅(또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구체적인 양상을 띠면서 현실에 영향을 미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8년 말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당선과 더불어, 2009년은 ‘허드슨강의 기적’이나 중국 소수민족의 독립투쟁, 이란의 민주화 사태 등 세계적으로 굵직한 이슈와 맞물려 SNS에 대한 인식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었다. 또한, 소셜컴퓨팅은 SaaS(Software as a Service)나 오픈 플랫폼, 인터넷 테더링 등과 같은 양상으로 우리의 현실 속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었고, 지금은 비물질화된 네트워크경제2)의 핵심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사회성이라는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부연했던 열쇳말과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ㄱ. Social Network Service

소셜미디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2009년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의 양상은 이전에 국내에서 서비스되던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고, 세계적인 추세를 형성해 왔다.3) 최근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 검색 건수가 약 8억 건으로 야후를 넘어섰다고도 한다. 또한, ‘Promoted Tweets’ 이후 ‘@earlybird’라는 광고상품을 내놓으면서 야후와 구글이 쌓아온 검색엔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4)



SNS의 또 다른 위력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발견할 수 있다. ‘The Medium is the Massage’라는 명제는 미디어 분석가 마샬 맥루언(Marchall McLuhan)과 그래픽 디자이너 쿠엔틴 피오레(Quentin Fiore)가 함께 저술한 책의 제목이다. 이것은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이나 세계상에 대해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학자 진중권 씨도 나와의 인터뷰에서 “미디어가 현실”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는 “아주 사소한 것도 미디어에 노출되었을 때 현실로 받아들여지지만, 아무리 중대한 사실도 미디어의 주목을 끌지 못한다면 현실이 될 수 없다”라고 부연했다.


이것은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의 그늘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이 세상으로 향하는 창을 더욱 넓혀주었지만, 세상을 비추는 창(일종의 프레임)은 일반 수용자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리고 특정한 방향의 창을 선택하는 문제는 바로 어떠한 세계상을 가질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견고한 프레임을 가진 창과 창들 사이로 무수한 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위 일인 미디어라고 일컫는 새로운 매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프레임은 견고한 것이라 할 수 없지만, 기존의 매체가 지닌 권위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거대한 실체로서 다가오고 있다. 이들의 등장이 기존 미디어의 영향력이나 권위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미디어 환경을 구성하는 한 축으로 작용하면서 올드미디어에 대한 위협적인 견제력과 유연한 미디어 프레임을 통해 생명력을 꾸준히 확보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일인미디어 또는 독립미디어의 출현은 웹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사회상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수용자로 머물러 있던 소비대중은 생산자 혹은 제공자와의 관계에서 대등한 위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수동적인 소비대중으로서의 자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제 소비대중의 시대는 가고 문화적 주체로서의 시민사회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문화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ㄴ. Social Computing

소셜 컴퓨팅 역시 IT산업에서는 오래된 화두이다. 하지만, 2009년을 즈음해서 더욱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새로운 컴퓨팅 방식은 우리의 일상을 하나씩 점령해 나가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원은 큐박스(Qbox)라는 음원 서비스 업체다. 큐박스는 주로 마이스페이스의 배경음악을 자원으로 활용한 서비스다. 특히, 이모셔널링크(Emotional Link)라고 하는 집단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기술은 사회적 검색(Social Search)의 다양한 방법론 가운데 선구적인 모델로 회자되기도 한다. 5)



큐박스가 정말 놀라웠던 점은 경영방식에 있다. 설립자 피터 백(Peter Baek)은 자신들의 경영방식을 네트워크 컴퍼니(Network Company)라고 설명했다. 큐박스의 본사 사무실은 미국에 위치하고 있지만 설립자 피터 백을 비롯해 직원 및 외주 전문가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다. 큐박스가 다국적 직원들과 협업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도구는 구글앱스(google-apps)와 스카이프(Skype)다. 물리적인 공간이 없이 네트워크만으로 회사가 운영된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피터 백은 “지식근로자는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통제하는 존재”라는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의 말을 들어 큐박스가 일하는 방식을 인상적으로 설명했었다. 또한, 그는 ”여느 회사처럼 출퇴근이 없지만 자신들만큼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조직도 흔치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사례로 데이투데이잉글리시(day to day English)라는 서비스도 있다. 이 경우, 대학에 재학 중인 선후배가 필리핀 원어민 영어강사와 국내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창업한 사례다. 운영자들은 회원관리를 위해 네이버 카페를 활용하고, 스카이프와 구글앱스 등을 서비스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과 지방에 흩어져 각자의 연고지에서 생활하면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상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말하자면 이들도 큐박스와 같은 네트워크 컴퍼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사례의 핵심적인 공통점은 서비스 제공과 협업을 위한 컴퓨팅으로 인터넷과 웹 기술만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셜 컴퓨팅(또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져올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현저히 낮아짐으로써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의 진입장벽은 주로 이를 운영하기 위한 물리적인 조건 즉, 시간이나 공간과 밀접하다. 시간은 주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과정이나 협업 과정에 소요되는 가치이다. 또한, 사용자와 공급자가 서비스와 이에 상응하는 가치를 주고받는 것, 그리고 원활한 협업과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공간 등에 물리적인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진입장벽은 소셜컴퓨팅으로 쉽게 넘어서게 됐고,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저렴한 기술은 쉽게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



클라우드컴퓨팅은 인프라적인 측면에서도 ’친환경 기술'이라는 맥락과 맞물리면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자리하고 있다. 이미지나 애니메이션, 게임, 동영상 등의 콘텐츠가 웹을 기반으로 서비스되면서 트래픽이나 데이터 저장 및 관리가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남아도는 컴퓨팅자원을 끌어 모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의 중요한 장점이다.


물론, 소셜컴퓨팅이나 클라우드컴퓨팅에 대한 견해는 논자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고, 명확하게 정의된 개념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특정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를 활용한다는 점. 또는, 이를 위해 막대한 자본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원을 모아서 활용한다는 점 등은 사회성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ㄷ. Open Social & Open Platform

구글의 정의에 따르면 ‘오픈소셜’은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필요한 공동 API(Common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말한다. 이는 이미 제작된 웹 애플리케어션을 새로운 서비스 제작에 활용하는 매시업(Mash up)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소셜은 처음 구글이 자신들의 광고 시스템인 애드센스(AdSense)를 확산시키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페이스북을 견제하기 위해 세운 전략(2007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졸속으로 준비된 프로젝트였다거나 선의를 가장한 경쟁전략이었다는 등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픈소셜의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오픈 API를 활용한 매시업 개발방식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성공적인 사례들도 소개되고 있다. 또한, 위젯이나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서도 중요한 방법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페이스북 커넥트(Facebook Connect)와 트윗터의 개방정책은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이 둘은 각각 하나의 서비스로서 출발했지만, 제삼자(Third party)들의 참여를 통해 이들 서비스와 매시업된 무수히 많은 서비스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두 서비스는 이미 거대한 생태계를 거느린 개방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특히, 이들과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개방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오픈 API에서 시작된 개방정책은 개방형 플랫폼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풍부한 참여자(Third party)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과 이들의 충성심을 강화하는 것이 서비스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얼마나 개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상대적이지만, 이 경우 애플의 앱스토어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아이폰의 성공 배경에 대해서 디자인이나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앱스토어의 성장을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2009년 4월에 해비매크(Heavy Mach)라는 게임을 개발한 변해준 씨처럼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되기 전에 앱스토어를 통해 큰 수익을 벌어들인 국내 개발자가 등장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산업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개인 개발자와 이들의 활약은 앱스토어와 같은 오픈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전혀 새로운 변화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폰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직적인 산업생태계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를 볼 수 있었다.


앱스토어와 같은 오픈 마켓, 구글의 크로미엄 프로젝트나 페어스북의 커넥트 등과 같은 오픈플랫폼과 같은개방정책을 통해 서비스가 서로 매시업되는 것, 그리고 서비스를 둘러싼 생태환경 즉, 참여자와 제삼자 등이 성공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는 열쇳말 역시 ‘사회성’으로 볼 수 있다.


ㄴ. Three Screen

사회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마지막 열쇳말은 쓰리스크린이다. 이것은 모바일과 TV, PC를 통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하며 클라우드 컴퓨팅과 밀접하다. 쓰리스크린은 그동안 별개로 간주되었던 단말기의 역할과 기능이 하나의 서비스로 융합된다는 점에서 사회성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회성은 개방과 융합, 네트워크, 집단성, 생태계 등과 같은 일련의 현상들을 아우르기 위해 선택한 개념이었다. 그리고 IT 산업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의 삶을 미디어 혹은 가상세계와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연결시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이것은 유비쿼터스라는 개념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 이동성

그리고 이동성. 이 점은 부연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백한 변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데스크톱피시가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은 사이버공간이 인간 활동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게 한다고 열광했었다. 데스크톱피시가 라이프스타일과 경제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우리가 물리적인 제약을 완전히 넘어섰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컴퓨팅환경에 이동성이 부여되기 시작했고, 비교적 고가지만 랩톱피시(노트북)가 등장한다. 하지만, 랩톱피시 역시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 한계는 신분이나 계층적인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말하자면 랩톱피시가 일상을 파고들기에는 고가였고, 그 이동성은 데스크톱피시의 사용성을 넘어설 만큼 편리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오래 전부터 업무용으로 랩톱피시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프리젠테이션과 같은 특별한 목적 외에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컴퓨팅을 한 경험은 그다지 많지 않다. 거칠게 정리하자면, 데스크톱피시와 외장하드디스크의 장단점을 갖고 있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가운데 스마트폰, 특히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이는 완벽한 이동성을 갖춘 컴퓨팅을 통해 현실과 가상공간의 경계가 사라진 혼합현실이 비로소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설명한 사회성이 갖고 있는 특징과 마찬가지로 이동성 역시 우리의 삶을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미디어와 연결시켜주는 사용자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성과 이동성에 따른 변화

● 실시간 컴퓨팅

● 온라인 인맥의 영향력 확대

● 익명사회에서 온라인 대면사회로

● 인터넷 서비스의 진입장볍 축소

● 단절 없는 정보활동과 사용자경험

● 콘텐츠의 폭발적인 증가 



3) 2010년을 향해 던진 화두, 직접성

2009년을 기점으로 사회성과 이동성을 갖춘 새로운 컴퓨팅 방식은 더욱 가속을 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성과 이동성 이후 무엇을 주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나는 2010년의 화두로 ‘직접성(直接性, immediacy)’을 제시했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매우 직접적인 것이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디어의직접성은 미디어 스스로 존재를 감추려는 속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수용자(또는 사용자)는 미디어의 존재를 망각하게 되고, 결국 콘텐츠가 매개되고 있다는 것 인식을 약화시키게 된다. 예를 들어, 3차원 입체영상은 수용자가 콘텐츠 속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주는 것이고, 터치 인터페이스는 인터랙션의 프로세스를 잊고 매우 직접적으로 콘텐츠를 제어한다는 느낌을 준다. 직접성을 이루는 속성은 아래 다섯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ㄱ. 더욱 실감나게

먼저, 미디어기술(뉴미디어를 포함)은 더욱 실제적인 경험을 재현하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TV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흑백에서 칼라로, 칼라에서 평면 브라운관으로, 저해상도에서 고해상도로, 그리고 이제는 삼차원 입체영상을 재현하는 TV들이 앞 다퉈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으로 유통되고 있는 콘텐츠도 대용량을 처리하는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품질이 고도화되고 있다.


ㄴ. 실시간

다음으로 미디어는 실시간에 더 가까워지려고 한다. 뉴미디어는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우리는 실시간으로 가상세계와 접속하고 있는 혼합현실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은 올드미디어가 뉴미디어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뉴미디어가 이룩하고 있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 환경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올드미디어가 전유하고 있던 뉴스로서의 가치나 속보성의 가치 등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TV는 이미 우리의 현실로 성큼 다가와 있고, 상호작용의 강도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ㄷ. 나를 이해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그리고 미디어는 ’나를 이해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많은 단계를 거쳐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는 과정은 혁신적으로 단축되고 있다. 이것은 미디어가 나를, 그리고 나의 행동패턴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단말기는 내가 미디어를 접속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미디어가 나의 삶을 들여다보고 정보를 수집하는 창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모바일은 매우 사적인 공간에까지 이들의 눈길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이해하는 미디어는 매우 직관적인 소통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인터페이스는 학습과 숙련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었다면, 앞으로 인터페이스는 신체가 지닌 생물학적인 코드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실시간으로 우리의 은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필수적인 고려사항이면서도 유익한 사용성을 제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미덕으로 강조되고 있다.


자연스러운 방식의 인터페이스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제스처 센싱(Gesture Sensing) 기술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손동작만을 인식하는 수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지불식간에 표정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의 희노애락을 기계가 이해하고 이를 정보활동에 활용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자연스러운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기 위한 인체-센서로 뇌는 더할 나위 없는 궁극의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자연스러운 방식의 인터페이스는 매우 직접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의도적으로 우리의 감정이나 생리적인 반응을 감추는 것도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이것은 직접성이 가진 파괴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직접적인 사용자경험을 위한 기술

  • 실감나는 것: 증강현실, 3차원 입체영상, 홀로그램, MS포토신스, 360 파노라마 카메라 

  • 나를 이해하는 것: 상황인식기술, 시맨틱 웹, 개인화 검색, 위치기반 

  • 직관적인 것: 음성검색, 제스처 센싱, 중력센서, 방향센서 

  • 실시간에 가까운 것: 트위터, 실시간 검색, 기타 모바일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

  • 만질 수 있고 자연스러운 것: 터치스크린, 필체인식, 얼굴인식 등


직접성의 사례윗 열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MS에서 개발한 탁자형 컴퓨터 서피스, 구글의 음성검색,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 시맨틱 검색기술을 적용한 큐로보 검색엔진, 웹사이트 내비게이션을 위해 제스처 UI를 적용한 도시바 브랜드 사이트.


직접성과 더불어 주목할 주제 ‘인간’


기술은 인간과 자연을 모방하면서 발전해 왔다. 과거 90년대 이후 화성에 파견된 많은 화성탐사선이 인간의 오감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예로 든 것이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이다.


당시 패스파인더가 화성의 착륙지점으로부터 보내오는 자료는 매우 구체적인 것이었다. 그 자료에 의하면 그곳의 기온은 섭씨 영하 22도 내외이고, 시속 1.6㎞정도의 약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리고 착륙지점 부근에 있는 바위들은 지구의 화산암과 같은 성분이라는 분석결과도 보내왔다. 패스파인더에 탑재된 로봇 소저너는 착륙지점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화성의 모습을 관찰한 것과 그곳의 바람과 흙의 감촉을 전해왔다. 이러한 데이터는 지구에서 구체적인 가상현실로 재현되었고, 인간은 이를 통해 화성을 경험했다.


2010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영화 아바타의 주요 모티브가 패스파인더가 발사되던 90년대 중후반부터 구상되었다는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탐사선과 아바타는 역할과 기능 면에서 서로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도구와 기술은 인간 신체의 연장으로 보는 것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망치와 펀치는 인간의 손을, 카메라와 모니터는 인간의 눈을, 자전거 혹은 자동차와 같은 탈 것은 우리의 발을 연장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구의 동물 가운데 인간은 매우 나약한 개체이지만, 인간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된 신체의 기능을 확장하는 기술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와 탑재된 로봇 소저너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에 탑재된 로봇 소저너는 인간의 눈처럼 두 개의 카메라로 짧은 시간에 수많은 화성의 이미지를 촬영하여 보내왔다. 촬영된 이미지들은 스테레오영상이나 컴퓨터 속의 가상현실로 재구성되었다. 놀라운 것은 소저너의 눈뿐만이 아니다. 소저너가 이동하는 순간 바퀴에 장착된 센서가 흙의 질감을 분석하기도 하는 등, 인간은 화성에 가지 않고도 화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기술과 산업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기술의 목적이 ‘사람’이라는 존재론적인 명제다. 그래서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의 혁신과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대상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국경을 넘어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 자체가 기술의 목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술의 진보가 이미 우리의 생활이나 필요를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가 즐기고 있는 기술은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것인가?


또한, 우리가 열광하고 있는 기술이 과연 우리 자신인 인간에게 유의미한 것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인간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어야 하고, 이러한 성찰 위에서 IT 기술이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는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처음 컴퓨터가 등장하게 된 것은 정확한 계산을 위한 연산장치로서 개발된 것이다. 이후, 전자기술이 급속도록 발달하면서 컴퓨터는 기계의 작동을 제어할 수 있는 프로세서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거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관리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우리의 생활에 컴퓨터가 깊이 활용되면서 인간의 생활을 관찰하고 정보로 기록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컴퓨터는 여느 기계와 마찬가지로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불확정성을 없애기 위한 도구이다.


컴퓨터가 갖고 있는 우수한 기능은 비단 자연의 불확정성을 없애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인간사회가 갖고 있는 불확정성을 통제하기 위해서도 활동되고 있다. 이러한 컴퓨터 활용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지만, 불확정성을 없앰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논리는 있을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를 외면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한편, 컴퓨터는 불확정성을 없애고 효율성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이와는 달리 불확정성을 소통하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것은 인간의 창의적인 활동에 시너지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컴퓨터는 매우 뛰어난 저작 도구라 할 수 있다.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하기 용이하고, 이를 쉽게 가공함으로써 창조적 힘을 발휘하도록 돕고 있다. 이외에도 시간과 공간의 장벽에 가려 있던 인간과 인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줌으로써 자연상태에서 수백 년 혹은 수십 년이 걸리는 인간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인류문명은 문자와 인쇄기술 이후로 발전의 속도에 가속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와 IT기술은 파괴적인 힘과 창조적인 힘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리고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다. 지금 우리가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카네기멜론대학의 ETC(Entertatinment Technology Center) 책임프로듀서(학장)인 도날드 마리넬리(Ph.D Donald Marinelli) 박사가 갖고 있는 ET에 대한 철학은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궁극적인 융합과 상호연결성”을 ET가 추구하는 최종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인 융합은 일과 휴식, 놀이, 스포츠, 창조력과 영성, 교육, 즐거움 등이 융합된 것이며, 이를 통해 지구와 인류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궁극적인 융합은 더 나아가 인간의 오만과 무지로 인해 가로막혀 있는 장벽을 없애고 인간이 갖고 있던 상호연결성을 복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6)


과연 이것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것인가? 나는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판도라 행성과 나비족의 모습을 통해 궁극적으로 융합된 세계를 상상해 본다. 영화에서 나비족과 인간의 모습은 극명하게 대립되어 나타나고 있다. 오만과 무지로 인해 소통할 수 없는 인간은 판도라 행성을 탐욕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그리고 그 탐욕을 채우기 위해 판도라 행성과 나비족은 통제와 제어의 대상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탐욕스럽고 무지한인간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판도라 행성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편에 설 것인지를 고민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6년 전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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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0년 4월은 창간 12주년을 기념하는 달이었다. 이를 위해 『웹의 역사를 푸는 열두 가지 키워드』라는 주제를 40여 페이지에 걸쳐 ‘special issue’로 다루었다.

2) 사회비평가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3~)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원제: The Age of Access, 2001)』에서 미래사회는 항구적인 권리를 얻기위한 ‘소유’가 ‘접속’이라는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현재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경제로 구현되고 있고, 소셜컴퓨팅이 그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3) 트위터의 특징에 대해서는 2010년 3월 현대카드 사보에 기고하기 위해 작성했던 초고 『트위터에 대한 단상』을 참고하길 바란다. Kangcd.textcube.com > User eXperience

4) 「트위터 검색 건수 '8억'…야후 넘어섰다」 전자신문 2010.7.8 황지혜기자

5) ‘special issue’에 ‘혁신의 또 다른 이름, Globalization-거리가 소멸한 무한공간에서 펼치는 Qbox.com’이라는 제목으로 2008년 『월간 w.e.b.』 10월호에 게재되었다.

6) 「궁극적인 융합을 통해 꿈꾸는 아름다운 삶」『월간 w.e.b.』3월호 'Trend Maker'섹션. 궁극적인 융합과 상호 연결성에 대한 원문 표기는 각각 Ultimate Convergence과 Interconnectivity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