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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PTICAL activity

여전히 살아 있는 비합리적 믿음 '악령'(I)

작년(2015년)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구마의식 중 발생한 사망 사건은 충격적이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독일 현지의 나자 니센 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현장이 공포소설을 연상시킬 정도였다고 전했다. 사망한 사람은 여성이었고 가슴과 목, 복부 등에 엄청난 압박과 폭력이 가해졌다. 놀랍게도, 이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 가운데 그녀의 15세 아들이 포함돼 있었다. 


프랑스 접경 지역인 슐츠바흐 주택가에서는 탈수와 저체온 증상을 보이는 또 한 명의 여성이 비닐에 둘러싸여 발견됐다. 이 모든 일은 구마(exorcism) 행위에서 비롯됐다. 말하자면, 몸에 깃든 악령을 내쫓거나 악령의 영향력을 제거한다는 명목 아래 이처럼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검거된 용의자들은 다섯 명이었다. 이들은 피해자와 함께 사업을 시작하거나 자녀 유학을 위해 독일로 향했던 일행이었다고 한다. 사건은 엽기적이지만 이들 일행은 한국에서 지극히 평범했었고, 여느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교회의 교우들이었다. 


사건을 자세히 보도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건의 발단이 된 구마의식이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 꾸며졌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사건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 우선, 한국에서 평범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던 이들이 어떻게 독일에 도착하자 악령 소동에 휘말리게 되었는지가 그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보도에 따르면 부마자 즉, 악령이 들린 이들의 언행에서 특별히 이상한 점이 발견된 것이 없었다. 


따라서 부마자는 임의로 지목되었고 악령퇴치를 이유로 무차별적인 폭력이 가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일행들은 왜 이러한 억지스러운 상황에 저항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15세의 어린 용의자는 친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과격한 폭력에 스스로 가담하기까지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선 기독교 반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마의식 또는 축귀사역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글에서 일행들이 부조리한 상황에 직면하면서도 이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가설을 적용해 볼 계획이다.


아래 링크한 글 「여전히 살아 있는 비합리적 믿음 '악령'」은 '한국의사과학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하는 『KOPSA 비판적 사고 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이다. 이 글에서는 구마 또는 축귀사역과 이를 위해 흔히 행해지는 안수, 안찰 기도의 교리적 근거,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 등을 살펴보았다. 더불어, 이러한 기도행위에 대한 스켑틱스 등 합리주의적 관점에서 어떠한 비판이 제기돼 왔는지 정리해 보았다.


※ 원문 링크: http://blog.naver.com/kopsablog/220658461586

※ 관련 이야기: 여전히 살아 있는 비합리적 믿음 '악령'(II)

http://kangcd.tistory.com/33

※ 관련 소식: 獨 법원, 구마의식 사망 사건 재판

https://kangcd.tistory.com/44?category=559336


영화 <곡성>의 한 장면영화 <곡성>의 한 장면. <곡성>은 부마자가 악마의 꼭두각시가 되어 끔찍한 살인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장면들과 이야기의 복선 등이 완결되지 않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는 구조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도 '악마'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과 해석의 여지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