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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_note

복지관의 이방인, 그후 2년

2년하고도 반년이 훌쩍 넘었다. 부천원종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가임기 여성 직원을 두고 벌어진 차별 발언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부당한 계약해지에 맞서는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싸움은 세 번의 여름, 두 번의 겨울을 넘겼고, 이제 또다시 겨울을 맞는다. 당시 복지관 측은 일상적인 농담이었을 뿐 차별 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농담이든 아니든, 이는 사실상 차별적인 언사가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복지관 측은 피해자인 가임기 직원에게 사과했고 가해자를 징계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해지는 이 문제를 공론화해 보복한 것이 아니라 계약 기간의 만료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복지관과 전 관장, 이들이 소속된 복지법인을 향해 항의를 지속하고 있다.


왜 그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복지관 측의 사과를 '사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과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그리고 사과는 적절한 '회복'을 동반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계약을 해지한 것이 보복성 해고라는 정황이 있는 만큼, 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충분하고도 객관적인 해명이 있어야 한다.


복지관이 일상적인 농담은 차별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여전히 갖고 있다면 사과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치유에도 힘써야 하는데, 피해자인 가임기 직원은 복직 후 '왕따'를 겪다 못해 공황증 발작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부당 해고와 복직 요구에 성실한 대화로 해명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복지관 측에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복지관 측은 이런 노력보다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와 시위대에 고소, 고발을 남발했다.


복지관 측은 이 사건에 대해 내가 몇 차례 쓴 기사에도 언론중재위에 진정을 신청하며 반론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미 기사에서 반론으로 다룬 내용이었다. 이때, 언론중재위원들은 이 사건을 다루는 기사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위원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왜 이 사건을 자꾸 들춰 문제를 키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별일도 아니고, 이미 지난 일인데 왜 그걸 들추냐는 말로 들렸다. 물론, 분쟁을 기사로 다루는 것은 '긁어 부스럼'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귀찮아 덮는다면 누군가는 평생 고통스러운 상처를 안고 살게 될 거라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이지 못했지만, 이 사건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 일은 끊임없이 반복되며 제2, 제3의 피해자를 낳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분쟁은 덮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들추고 해결해야 한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생계 때문에 취재를 이어가지 못했다. 아쉽고 부끄럽다. 후회도 된다. 더구나 지금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는 그들을 보면 더더욱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조만간 다시 이 사건을 재조명해 볼 생각이다.


(출처: 이은주 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