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ANDOM_thoughts

패턴을 가진 사건과 원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그랬다. 어느 시기부터 폐섬유화증 사례가 늘었다. 그것도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영아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이 상황을 공유하고 원인을 추적하기 위한 논문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 원인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출된 방사능을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은 사고 이전에 발생한 사례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게 가습기에 사용하는 살균 세척제 때문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살인사건을 가정해 보자. 

 

여러 살인사건 현장에서 유사한 발자국이 발견됐다. 이는 곧 사건에 동일인이 간여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피해자 몸에 남은 상흔이 비슷한 위치에 같은 모양을 띤다. 이는 곧 그 사건들이 동종의 범구를 사용한 같은 범행수법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살인사건의 목적을 짐작할 만한 흔적이 이들 현장에서 일관되게 발견된다면 이 사건들은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으로 규정해야 마땅하다.

 

이처럼 어떠한 현상이 유사한 패턴으로 반복된다면 그 현상을 이루는 개별 사건들을 동일한 원인을 가진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어느 날,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응급 구조를 받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급격한 건강 악화를 경험했고, 일부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사망하는 이도 있었다. 이 모든 사건의 변곡점에 하나의 사건이 개입하고 있다면, 그 사건이 원인일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 경우, 공공은 더 이상 문제의 사건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경보를 내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건강 악화와 문제 사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다음의 일이다. 한편, 증명 과정에서 '영업상의 비밀'을 운운한다면, 이는 이 사안이 과학이나 의학, 공공의 영역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영역임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작금의 예방접종은 어느 영역에 해당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