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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선택, 그리고 인터페이스 소비는 단순히 욕구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무엇을 소비하느냐의 문제는 곧,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당신은 자신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자유로운 존재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다고 느끼는 감성 자체도 당신의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란 무엇인가’라는 책에는 재미 있는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언젠가, 자연적으로 들어오는 모든 감각 정보를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실험이 있었다. 그러자 피실험자는 백일몽이나 연상작용, 환각이나 망상 같은 형태로 정보를 자신의 내부에서 생성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실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인간은 외부의 정보에 의해 유지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더보기
Donald Marinelli와의 대화: 궁극적 융합 (7년 전 어느날 씀) 이 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한국HCI학회 행사에 마리넬리 박사가 기조연설을 맡기로 한 것을 알고 미리 섭외를 해 놓은 상태였지만, 이날 행사장으로 향하는 출발부터 엉망이었다. '장평'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양평'가 버스를 타질 않았나. 마리넬리 박사에게 매체를 소개하기 위해 가져간 잡지 두 권을 버스에 두고 내리기까지. 약속보다 1시간이나 늦게 행사가 열리는 리조트에 도착하고 말았다.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를 기다리며 전시된 출품작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잠시 후 연락이 왔고, 로비로 달려가자 길게 머리를 늘어뜨린 마리넬리 박사가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고 하자, 서툰 한국말로 오히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마리넬리 박사는 매우 유쾌한 사람.. 더보기
에이블아트 운동가 장병용 목사를 생각한다 (7년 전 어느날 씀) 종교와 문화, 공교롭게도, 내가 철이 들면서 지금까지 내내 끌어 안고 살아온 화두다. 종교, 과연 구원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회의가 항상 나의 어린 시절을 괴롭혔다. 미술, 나의 청년기는 미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지금, 청장년-애매하게 걸쳐서라도 靑을 붙이고 싶다-이 되었지만, 아직 모르겠다. 굳이 이 두 개의 화두에 대한 나의 의견을 묻는다면, 두 분야의 존재를 부정할 만큼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라는 정도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언젠가는 이런 모든 회의를 놓고 촘촘한 사유의 결과가 아니라 우울증의 부산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나의 우울증을 담당했던 정신과 의사가 지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의사: 종교를 가져.. 더보기
나에 대한 믿음을 생각하며 (7년 전 어느날 씀)대학 입학을 앞둔 어느 무렵이다. 나는 미대 진학을 결심한 상태였고, 이를 위해 일년이 넘게 실기시험을 준비해왔었다. 하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내내 두려움이 떠나지 않았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가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 외골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단짝이었던 친구 한 녀석은 성직자가 되겠다며 신학대학을 가겠다고 이미 오래전부터 공표를 해왔다. 나보다 더 어려운 결심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 시절에는 해보고 싶은 게 많은 법이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꿈이 바뀌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 친구의 결심이 어쩌면 치기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혹은,.. 더보기
인천의 한 대형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인천 대형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를 다룬 '궁금한 이야기 Y'입니다. 의료사고를 당한 사람이 한 집안의 가장이라 더욱 안타깝습니다. 병원 측이 책임을 회피하며 배상 규모를 낮추려한 정황들도 보입니다. 저도 세 남매를 키우는 가장이고, 제 아이들도 불과 몇해 전에 저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였습니다. 같은 아빠의 입장에서 더더욱 안타까운 사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의료사고는 치료비만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고로 인한 휴유증이 얼마나 치유가 될 것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의료사고는 한 사람의 생을, 한 가족의 안녕을 짓밟는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상을 잘 살펴보니 인천의 한 대형병원으로 소개된 이곳 병원은 인천의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곳으로 보입니다. 작년 3월에는 3000여 명의 가짜.. 더보기
기계는 인간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인간의 뇌를 기술적으로 재현하려는 노력들을 지켜본다. 이러한 기술을 인공지능AI: Artifical Intelligence라고 한다. 이 분야는 인간이 입력한 내용에 대해 기계가 문맥과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자연어 검색', 그리고 이렇게 파악된 문맥과 의도에 맞게 수많은 웹 데이터를 저장하고 찾아줄 수 있는 '시멘틱 웹' 등이 있다. 이외에도 뇌의 움직임을 파악해 인간의 의도와 생각을 기계가 이해하도록 하는 BCI: Brain and Computer Interaction도 포함된다. 머지 않아 기계는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능력까지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낙관적인 전망을 가진 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질 것이라 전망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억을 따로 .. 더보기
제이 엘리엇이 기억하는 스티브 잡스 2011년 11월 9일과 10일 이틀간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최하는 ‘테크플러스 2011(tech+ 2011)’ 포럼이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테크플러스는 행사가 열린 이틀에 걸쳐 약 7,0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기술과 나의 만남, technology@me’라는 주제를 갖고 기술과 인간의 소통을 중심으로 한 산업기술의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제이 엘리엇(Jay Elliot) 전 애플 수석부사장이 강연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애플 마니아들은 스스로를 '광신도'라고 일컫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브랜드 충성도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애플의 전 수석부사장이었던 제이 엘리엇은 모든 것이 스티브 잡스의 열정에.. 더보기
Occupy Wall Street, 세계 99%가 길을 묻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올 9월 17일 미국 뉴욕의 금융가에서 일어난 시위다. 이 시위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 ‘아랍의 봄’을 촉발시킨 이집트의 ‘타흐리르 광장’과 빈부격차에 대한 반발로 발생한 스페인 캠핑Spanish Acampadas 시위에서 촉발되었다고 한다. 세계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 현상을 두고 어떤 이들은 말한다. 현 체제가 어떠한 임계점에 다다른 것은 아닌가 라고. 미국판 타흐리르 광장이 되자 9월 17일 종이 박스에서 밤을 세운 100~200여 명을 포함해 천여 명의 시위자들이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위치한 '주코티 공원'Zuccotti Park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미 금융가의 부패와 탐욕에 항의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시위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