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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은 포위된 개인들의 도피처일까? 음모론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은 가운데 전상진 교수의 글은 매우 반가웠다. 무엇보다도 큰 미덕은 여러 인용과 주석을 통해 음모론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연구나 담론과 닿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은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의 논문에 대한 리뷰다. 전체 글은 아래 게시한 '원문링크'를 통해 리뷰아카이브에서 읽을 수 있다. "음모론자들은 대개 편집병자로 취급되기 쉽다. 그러나 편집병자의 망상은 겉보기에 허황돼 보이더라도 상당한 논리적 체계를 갖추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는 편집병자의 주장에는 나름의 근거와 논리적 추론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그는 의혹의 증명에 실패하더라도 의심하기를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의 논리에 우연과 같은 다른 여지가 끼어들 틈이 없기 .. 더보기
여전히 살아 있는 비합리적 믿음 '악령'(II) 경찰조사에서 용의자들은 이 모든 게 구마(驅魔)의식 즉, 악령을 쫓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2016년 1월 2일 방영한 SBS (1014회)에서는 이 사건의 경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정황이 보도됐다. 그 내용에 따르면 독일 행을 주도한 여성이 구마의식을 빌미로 다른 일행을 조종하고 착취하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독일의 수사 당국에서 공식적인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글에서는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들 일행이 보여준 비합리적인 행위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비합리적 신념에서 비롯된 비극 용의자와 피해자들은 모두 세 가족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같은 교회를 다니며 친분을 쌓았고 자녀의 유학과 사업을 위해 함께 독일로 떠났다. 이들을 독일로 이끈 것은 마흔네 .. 더보기
[음모론]2012 영국 올림픽과 테러 예보(II) 런던이 테러의 대상이 된다, 그것도 2012년 올림픽 경기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얼마든지 스릴러와 영화의 소재가 될 만한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국제행사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테러범들의 표적이 되어 왔다. 더구나 이미 끔찍한 테러를 경험한 곳이라면 더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올림픽을 앞두고 테러에 대한 우려가 대중매체에 자주 비치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대테러 훈련까지도 실제 테러상황과 닮았다는 이유로 예보프로그램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모든 훈련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시나리오로 상정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훈련 시나리오와 실제 상황이 흡사한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테러의 트라우마와 런던 올림픽 런던 올림픽 테러에 대한 우려는 과거.. 더보기
[음모론]2012 영국 올림픽과 테러 예보(I)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음모론 커뮤니티에는 테러를 예보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 글에는 런던 올림픽에서 테러가 발생해 많은 사상자가 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예보의 근거가 된 것은 보드게임의 일종인 「일루미나티 카드」와 록펠러 재단에서 발간한 「기술의 미래와 국제 개발에 대한 시나리오」(Scenarios for the Future of Technology and International Development)'라는 보고서였다. 그리고 대중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내비치는 ‘암시’와 ‘상징’도 주장의 근거가 되었다. 이렇게 음모론자들은 TV나 영화 등에서 의심스러운 장면을 찾아내 런던 올림픽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일루미나티 카드 게임테러 예보의 근거가 된 일루미.. 더보기
악마의 미소: 노르웨이 백색테러 두 번째 2012년 8월 24일 오슬로지방법원은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에 대해 최대 징역 21년형을 선고했다. 사형제와 종신형을 폐지한 노르웨이에서 이 형량은 최고형에 해당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브레이빅은 법원의 판결에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물론, 그의 이상한 행동은 이것만은 아니었다. 브레이빅은 체포된 후 변호인을 통해 '성당기사단'의 제복을 입고 법원에서 진술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또, 이를 만인이 알 수 있게 공개적으로 진행해 달라고도 했었다. 변호인은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변호했다. 브레이빅을 면담한 정신과 의사들 역시 그가 '망상성 정신분열증'을 갖고 있다는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 또한 이를 토대로 그의 정신상태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노르웨이 법의학위원회는.. 더보기
여전히 살아 있는 비합리적 믿음 '악령'(I) 작년(2015년)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구마의식 중 발생한 사망 사건은 충격적이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독일 현지의 나자 니센 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현장이 공포소설을 연상시킬 정도였다고 전했다. 사망한 사람은 여성이었고 가슴과 목, 복부 등에 엄청난 압박과 폭력이 가해졌다. 놀랍게도, 이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 가운데 그녀의 15세 아들이 포함돼 있었다. 프랑스 접경 지역인 슐츠바흐 주택가에서는 탈수와 저체온 증상을 보이는 또 한 명의 여성이 비닐에 둘러싸여 발견됐다. 이 모든 일은 구마(exorcism) 행위에서 비롯됐다. 말하자면, 몸에 깃든 악령을 내쫓거나 악령의 영향력을 제거한다는 명목 아래 이처럼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검거된 용의자들은 다섯.. 더보기
인천 모 구청의 간부 공무원 변사 사건 인천지방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인천 모 구청의 A과장이 2016년 5월 15일 오후 7시 36분께 주거지 주변의 도로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A과장은 자신의 승용차에서 번개탄과 함께 발견됐다. 사건이 있기 전, A과장은 비리 혐의로 인천지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인천지청은 인천 모 구청이 발주한 각종 공사 등, 계약 과정의 비리 여부를 놓고 내사를 하던 중이었다. 인천지청은 조사 과정에서 어떠한 가혹행위도 없었다며 계속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지가 인천지청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 보기 위해 지능범죄수사대에 문의했지만 내사가 '수의계약'과 관련이 있다는 것 외에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일부 보도된 바에 따르면, A과장의 승용차.. 더보기
진보란 무엇일까 진보란 무엇일까 종종 생각해 본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을 진보라는 말에 맞추어 보려 하다가도 '그저 한 발 내딛는 게 진보'라고 생각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괜한 허세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정의가 소박하면서도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것 같다. 한 발을 내딛는 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지면을 딛고 서 있는 그곳을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딛는 것은 지난하면서도 견고한, 그리고 성실한 한 걸음을 의미한다. 먼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본다고 한 걸음에 그곳에 가 닿을 수는 없다. 또, 큰 산이 앞을 막아섰다고 이것을 뛰어넘겠다는 허황된생각을 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별 자리를 놓고 분열하거나 단숨에 산을 넘겠다고 허세를 떤다. 그러는 사이, 소중한 한 걸음이 늦어질 뿐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