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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_ongoing/◎암연: 어떤 성폭력 사건

暗然: [7편] 억지스러운 ‘그날의 진실’


여자는 2016년 5월 9일,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는 3월 27일로부터 달포를 훌쩍 넘겨 남자를 고소했다. 이 무렵 여자는 고소장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경찰관도 혀를 내두를 정도” 또는 “수사기록을 능가하는”이라며 사건전문 기자가 극찬했던 바로 그 고소장이다. 여자 역시 고소장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고소장은 단순한 고소장이 아닙니다. 제 피눈물로 점철된 가슴 아픈 통곡입니다. 저들이 모든 죄를 저한테 덮어 씌우고 자신들을 선한 피해자로 포장하고 있을 때 저는 어둠 한켠에서 비난의 돌팔매질을 당해야 했고 술과 약에 의지해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여자는 비참함을 토로하면서 절망 끝에 죽음을 선택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여자는 고소장을 제출하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 해도 저들(남자 부부)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라며 그 이유로 열 가지를 나열했다. 


1.‘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해 범죄 피해를 입힌 점

2. 평소 가족처럼 지낸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

3.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계획적인 범행으로 의심되는 점

4.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데 도와주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

5.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려고 시도한 점

6. 죄질이 좋지 않고, 범행 후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7. 저들의 범죄로 인해 직장을 잃고, 제2, 3의 피해를 입고 있는 점

8.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겨준 점

9. 기해자 측의 음해 등 계속적인 추가 피해를 주고 있는 점


그리고 또 하나, 여자는 남자 부부의 가장 큰 죄가 “아무 관련없는 많은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저들에 의해 선동 당한 악플러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수사기록을 능가(?)하는 고소장이었음에도 여자와 사건전문기자, 그리고 검경조차 남자의 범죄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소장을 수사기록에 비교하는 사건전문 기자의 너스레는 억지스러웠다. 자신의 피해를 주장하는 것과 그것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고소장과 수사기록은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각주:1]


억지스럽기는 여자의 하소연도 마찬가지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여자에게 누가 감히 돌팔매질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악플러(악성 댓글 작정자)까지 응징하겠다는 저들의 호언에 함부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협박에 가까운 저들의 경고는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한 다른 논의의 여지마저 없애버렸다. 


하지만 실상은 저들의 설레발과는 달랐다. 여자는 페이스북에 온갖 욕과 협박을 쏟아내며 악플러들을 저주했지만, 정작 악플러로 특정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공개적으로 몇몇이 악플러 또는 2차 가해자로 지목됐고, 여자는 법무법인에서 이들의 게시물을 검토해 고소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실제 피소된 사람은 아직까지 없다. 그들의 문제제기는 여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2차적으로 가해하려는 의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당했다.


여자는 또, 남자의 아내가 자기를 ‘꽃뱀’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런 주장을 확인할 만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 아니 최소한, 페이스북이나 사건전문 기자의 글에 공개된 내용 가운데 남자의 아내가 여자를 지목해 꽃뱀이라고 주장한 내용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는 시민동맹군 회원과 네티즌의 공분을 일으키기 위한 거짓 주장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술과 약에 의지해 비통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사람은 또 있다. 이 일로 아들의 죽음이 간직한 비밀을 풀 기회가 또 저만치 멀어지는 것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보아야 했던 남자의 아내가 그랬다. 더구나 남편이 성폭력 가해자로 몰리고 있었다.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남자의 아내 역시 이 사건의 심각한 피해자인 셈이다. 남자의 무죄가 확정된 어느날, 남자의 아내는 아들을 잃었을 때보다 더 깊은 고통을 느껴야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만약 이 사건이 무고로 밝혀진다면, 여자가 남자 부부를 용서할 수 없다며 열거한 저 열 가지 사유는 그대로 여자와 사건전문 기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범죄 피해자를 돕겠다며 접근해 그 피해자를 또 다시 범죄의 대상으로 삼았고,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남자 부부에게 안겨주었으며, 아무 관련이 없는 시민동맹군 운영위와 회원을 그 범죄에 가담시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억지


여자는 남자 부부를 용서할 수 없는 이유로 계획적인 범행으로 의심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건전문 기자도 ‘[그날의 진실 ③] 계획된 범행 의심되는 정황’에서 남자의 범행이 계획적이었을 것이라며 다섯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그 내용을 요약해 옮기면 이렇다. 


첫째, 남자는 여자와 만날 때 항상 아내와 동행했지만 이 날만은 혼자 나왔다.

둘째, 남자는 약속에 늦은 적이 없지만 이 날만은 1시간 30분(여자 측 주장)이나 늦었고, 이는 여자가 술에 취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셋째, 남자는 약속 장소에 늦게 나오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술을 적게 먹었다. 

넷째, 남자가 대리기사를 요청한 것을 보지 않았는데 자갈마당을 나가자마자 대리기사가 승용차를 운전해 온 것으로 보아 사전에 대리기사와 범죄를 모의했을 것이다.

다섯째, 남자가 타는 승용차는 아들이 타던 차였다. 그런 차 안에서 대리기사가 있는 상황에서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맞다, 남자는 항상 아내와 함께 여자와 사건전문 기자를 만났다. 하지만 그날 남자의 아내는 초상집에 간다며 그 자리에 빠졌다. 사실 초상집은 핑계였다. 그날 남자의 아내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사건전문 기자나 여자는 남자 부부와 ‘가족같은 관계’였다는 점을 수시로 강조했지만, 이 무렵 그들의 관계에는 상당한 균열이 난 상태였다(사실상 이 사건의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남자가 약속에 늦은 이유는 만나기로 한 장소가 헷갈렸기 때문이다. 남자는 “약속장소가 태종대 내에 있는 자갈마당인지, 외에 있는 자갈마당인지 착오를 해서 1시간 가량(남자 측 주장) 늦게 도착했다”고 했다. 남자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두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었고, 여자는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 있었다. 사건전문 기자는 남자가 여자를 술에 취하게 하려고 고의로 늦었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주장일까? 


우선, 계획이 성립하려면 약속에 늦을 경우 여자가 술을 더 많이 마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여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면 그런 계획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여자는 술을 마실 수도, 안 마실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뿐만 아니라, 순전히 여자의 ‘의지’에 달렸다. 또, 남자가 이례적으로 약속에 늦은 것 역시 계획성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약속에 늦을 수 있는 이유 역시 수만 가지가 넘기 때문이다. 


사건전문 기자는 한 술 더 떠서 남자가 상대적으로 술을 적게 마셨다는 점도 계획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날 남자와 여자가 약속을 잡은 이유를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이날 남자는 이벤트 당첨자에게 발송할 책 30권을 여자에게 전달하기로 돼 있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윤 선수 기일에 사용할 제기祭器를 여자로부터 되돌려 받아야 했다.[각주:2] 애초 술자리는 계획에 없었던 것이다.


남자의 아내는 남자에게 “책을 건네주고 그릇만 받아 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간 깊어진 감정의 골 때문에 남자의 아내는 그 자리가 길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남자는 여자와 사건전문 기자를 자신의 차로 바래다줄 생각이었고, 그래서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남자는 그곳에 도착하고 이내 술자리를 함께했다. 이때 남자에게 술을 권한 사람은 사건전문 기자였다. 먼저, 남자의 주장을 살펴보자. 


“제가 자리에 합류하자 고●●(여자)과 정●●(사건전문 기자)은 함께 술을 마실 것을 권했고 저는 처가 술을 마시지 말고 책을 주고 그릇만 받아 오라고 해 처음에는 술을 거절했습니다. 재차 권했지만 저는 ‘두 분이 술을 마셨으니 제가 차로 모시겠다’며 거절했지만, 정●●이 계속 술을 권하니 거절할 수 없어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사건전문 기자가 한 말이다. 


남자측 변호인: “처음 피고인(남자)이 현장에 도착하였을 무렵 피고인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말하였다는데 사실인가요.”

사건전문 기자: “아닙니다. 절대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피고인(남자)이 왔을 때 ‘폭탄주를 드셔야 될 텐데 제가 그럼 맥주 더 시켜 드리겠습니다’, 본인이 좋다고 해서 같이 마셨습니다. (2016고합268 사건의 증인신문 녹취서 중에서) 


백보 양보해 사건전문 기자가 법원에서 한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건전문 기자의 말에는 자신이 남자에게 폭탄주(맥주+소주)를 권한 정황이 있다. 그리고 남자의 진술이 갖는 무게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술을 거절해야 했던 이유가 꽤 구체적이고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자의 범행을 주장하며 사건전문 기자가 추론한 계획성이란 엉터리이다. 왜, 여자와 사건전문 기자는 이런 억지 주장을 펼치며 남자를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가려 했을까?


대리기사와 모의했다는 부분에서는 악의성이 더욱 다분하다. 남자는 태종대 인근에 있는 대리업체인 ‘원콜’의 사무실에 직접 대리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만약, 대리기사와 모의 여부가 의심됐다면 해당 업체를 직접 찾아가 그날 운전대를 잡았던 대리기사에게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전문 기자는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남자가 대리기사와 범행을 모의했을 것이라는 무모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억지를 부려야 했던 이유가 무엇을까? 대리기사가 있는 가운데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본인들의 생각에도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또 한가지, 이날 남자는 여자에게 책을 전해주었지만, 여자는 남자에게 주기로 한 그릇을 갖고 오지 않았다. 왜, 그래야 했을까? 궁금한 독자라면 ‘暗然: [4편] 덮으려는 자, 밝히려는 자’를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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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목록


[1편] 사건속으로

https://kangcd.tistory.com/50


[2편] 애초 진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https://kangcd.tistory.com/53


[3편] 아무도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

https://kangcd.tistory.com/57


[4편] 덮으려는 자, 밝히려는 자

https://kangcd.tistory.com/58


[5편] 그날의 '진짜' 진실

https://kangcd.tistory.com/62


[6편] 앞뒤가 맞지 않는 ‘그날의 진실’

https://kangcd.tistory.com/64


암연_Data_01 : 사건전문 기자의 연재 10편

https://kangcd.tistory.com/60


암연_Data_02 : 시민동맹군과 여자의 분란

https://kangcd.tistory.co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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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暗然: [5편] 그날의 '진짜' 진실’에서 고소장을 둘러싼 의혹을 한 차례 정리한 바 있다. [본문으로]
  2. KBS <추적60분>윤 선수 사건을 취재하며 남자 부부가 아들을 추모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이때 사용한 음식과 제기를 여자가 챙겨갔다. 그날 약속은 남자가 <추적60분> 시청자 이벤트에 사용할 책 30권을 여자에게 전해주면서 그릇을 돌려받기 위한 것이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