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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_ongoing/◎암연: 어떤 성폭력 사건

暗然: [번외] 검찰의 불기소결정


작년 늦봄 무렵, 남자와 남자의 아내는 여자를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사건전문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각각 고소했다. 그리고 1년 반 정도가 지난 올해 11월 29일에 검찰은 불기소결정을 통지했다.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가 없다는 게 검찰이 내린 판단의 요지였다. 그러나 검찰의 결정은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 불기소결정서 내용 보기


검찰은 여자(고●●)가 남자 측을 비난하며 쓴 게시물을 단순히 반박이나 비난, 경고 등으로 보았고,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로 판단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 모욕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고소 기한을 넘겨 공소권이 없다고 명시했다(친고죄의 특성). 명예훼손은 사실 또는 허위사실 등과 같이 사실관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사실관계란 입증 가능한 것인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나는 검찰(혹은 경찰이)이 고소와 함께 제출한 방대한 증빙 자료의 혐의 여부를 일일이 따졌을지는 모르겠다. 여자가 게시한 것 중에는 구체적인 성적 표현을 담은 자신의 고소장을 캡처해 게시한 것도 있다. 이는 사실 또는 허위사실의 적시로 볼 만한 여지가 있다.


무고죄와 관련해 검찰은, 남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여 피의자가 고소인을 무고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덧붙여 피의사실을 인정할 뚜렷한 근거가 없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남자와 그의 아내가 여자를 무고죄로 고소했을 때에는 경찰과 검찰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사해 입증해주길 바랐을 것이다. 검경이 수사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지 역시 모르겠다. 나는 여자와 사건전문 기자가 고소된 후 이들의 혐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1년 반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담당 경찰이나 검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 맞다, 성폭력 혐의가 무죄라고 해서 그 역이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귀신 논증 오류). 남자와 그의 아내가 저들을 고소한 취지는 공권력이 저들의 혐의를 적극적으로 입증해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검찰의 불기소결정은 무책임하다.


다음으로, 사건전문 기자(정●●)의 포스팅과 연재에 관한 검찰의 판단을 살펴보자.


우선, 검찰은 사건전문 기자가 게시한 글과 연재 등에 비방의 목적이 없다고 판단했다(범죄의 성립에는 그 의도가 명확해야 한다). 그 이유는 기자가 "작성한 글이 거짓이라거나 (기자가) 글을 작성할 당시 그 내용이 거짓임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그 사실이 거짓이라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러나 여기를 보라).


그렇다면 이러한 반문이 생긴다. 진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과 관련해 근거도 없이 누군가를 범죄자로 몰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애초부터 사건전문 기자는 남자를 성폭력 범죄자로 단정하고 그의 아내를 통해 범죄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압박했었다. 이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유감을 표하던 남자의 아내는 입장을 바꾸어 기자의 주장을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혐의가 밝혀질 때까지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혐의가 인정될 경우 응당한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음). 이는 남자의 입장에서 정당한 반론이었고, 당연한 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후 성폭력과 관련한 주장에서는 양측의 균형을 맞추던가, 단체 내부에 위원회를 꾸려 사실 여부를 가린 다음 주장을 펼쳤어야 했다. 검찰의 저 주장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기자의 글 때문에 남자와 남자의 아내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내몰렸고, 여전히 피해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또, 성폭력 사건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기자가 게시물과 연재 등을 통해 여자의 진술과 근황, 수사 진행 결과 등을 정리하여 전달했고, 남자와 그의 아내가 하는 주장을 반박하거나 이들의 태도를 비난한 것이기 때문에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나 사건전문 기자는 여자가 작성한(그러나 변호사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고소장을 근거로 연재를 작성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여기를 보시라). 말하자면 일방의 주장만을 전한 셈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규명이 없이는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겠다는 남자 측의 태도를 무엇으로 반박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최소한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도 남자와 남자의 아내는 이 태도를 유지했다. 그 사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이들을 파렴치하고 인면수심의 범죄자로 몬 것은 사건전문 기자와 여자였다. 행여 생을 달리한 아들의 부관참시를 보고 격분한 게 문제였을까? 이게 비난 받아 마땅한 태도였다면 더 이상 논평할 가치도 없다(부관참시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보라).


또, 검찰은 기자가 여자와 "연락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 역시 오류다. 게다가 검찰은 남자가 성폭력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은 것이 기자가 여자의 피해 주장을 신뢰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남자가 사건전문 기자나 여자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공권력에 의해 객관적으로 사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며 대응을 자제했다고 해야 옳다. 그리고 재차 강조하지만, 기자는 애초부터 성폭력을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남자를 범죄자로 몰았다. 기자는 성폭력 사건의 진위를 가리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의 연락 수단을 모두 차단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인 남자의 아내를 압박했다. 검찰의 주장은 인과관계를 전혀 잘못 짚었다. 이 부분에서 부실 수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검찰은 남자 측이 여자를 비난하거나 혐의를 부정하는 것이 2차 가해라고 판단해 이를 방어하는 차원에서 기자가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피의자가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는 것은 정당한 방어권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남자와 그의 아내는 공공연하게 여자를 비난한 일이 없다(최소한 기자가 연재를 쓸 당시만 해도). 여자는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알린다며 민망한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고소장을 캡처해 게시하기도 했다. 만약, 남자의 혐의가 누명을 쓴 거라면, 여자의 게시물은 남자에게 말도 못할 치욕과 고통을 주는 공격이 되었을 것이다. 남자의 아내는 또 어떤 고통을 겪었을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피의자의 정당한 방어권에도 2차 피해를 느끼는 여자가 어떻게 저런 행위가 가능했을까?


검찰의 판단에서 인정할 만한 것은 이 사건이 "단체 구성원들의 공적 관심사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기자가 여자의 대리인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설사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가 여자의 대리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게시물은 객관성이 없을 뿐더러 신뢰할 수 없다. 물론, 이보다 먼저, 그가 얼마나 사실을 밝히려고 노력했는지가 더 근본적인 문제다. 이런 노력이 전무한데도 비방할 목적이 없다고 보는 게 정당할까?


한 가지 더, 검찰은 기자가 쓴 글이 남자와 여자를 비방하거나 압박할 의도가 없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한 윤 선수를 모함한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검경은 이번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실한 공권력은 남자와 그의 가족에게 또 한 번의 큰 고통을 안겨주고 말았다.